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186

창문 앞에 / 이 효

그림 : 김 정 수 ​ ​ 창문 앞에 / 이 효 ​ 텅 빈 마음이 싫어 창문 앞에 꽃을 내어 놓는다 창문 앞에 꽃을 내어 놓는 것은 나의 마음을 여는 것 ​ 세상이 온통 흑백 사진 같을 때 나는 매일 아침 창문 앞에 꽃을 내어 놓는다 세상 사람들 미소가 하늘에 맑은 구름처럼 걸릴 때까지 ​ 이제껏 사는 게 너무 바빠서 창문 앞에 꽃 한 송이 변변히 내어 놓지 못했다 창문 앞에 꽃을 내어 놓는다는 것은 세상을 향해 손을 흔드는 일 ​ 창문 앞에 꽃을 내어 놓는 일은 마음에 별을 하늘에 거는 일이다 ​

축하해 주세요. ^^

​ 블로그 이웃 여러분! 오랜 꿈이었던 등단 소식 전합니다. 신문예 잡지에서 시부문 신인상 받았습니다.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를 회상하는 나침판 외 2편으로 신인상을 받았습니다.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앞으로 더욱 열심히 전진하라는 회초리로 생각하고 자만하지 않겠습니다. 그동안 함께 글벗 해주신 이웃 님들께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 몇 자 적었습니다. ​ ​ ​ ​

수국 형제 / 이 효

그림 : 김 정 수 ​ ​ ​ 수국 형제 / 이 효 ​ 마당 한편에 동자승 닮은 수국이 피었다 하늘길 따라가신 아버지 마당에 달덩이 닮은 수국 남겨 놓으셨다 ​ 아버지 살아생전 몰랐다 붉은빛으로 핀 수국 하얀 빛으로 핀 수국 서로의 뒷모습만 바라보는 형제들 ​ 어머니가 쓰러진 그날 삼 형제는 함께 비를 맞으며 어머니를 업고 달렸다 둥근 우산 닮은 수국들 처음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 아버지 얼굴 닮은 수국들 어쩌면 아버지의 마지막 편지 소낙비가 내려도 머리 맞대고 살아라 잃은 것이 있어도 웃으면서 살아라 은은한 향기 서로 보태며 살아라 ​ 아버지의 마지막 편지가 마당 한가득 피었다.

봄비 내리는 날 / 이 효

그림 : 김 정 수 봄비 내리는 날 / 이 효 봄비가 내리는 날 너는 나에게로 와서 함박꽃이 되었고 나는 너에게로 가서 달 항아리가 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집이 되었다 이제는 지울 수 없는 너의 얼굴 그토록 눈부신 사랑이 거짓이라 해도 푸른빛으로 내게 온 너를 달빛으로 품은 나를 용서한다 너의 푸르른 얼굴을 매일 아침 가난으로 바라볼지라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봄비마다 입맞춤했기 때문이다 너는 눈부신 물빛으로 내게 번진 얼굴

그림 / 이 승 희

그림 / 이 승 희 ​ ​ 가증스러운 눈물 / 이 효 ​ 하나님 당신의 제단 앞에서 거짓의 눈물 흘린 것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 하나님! 별들도 숨을 죽이고 자는 이 밤에 당신의 목소리 듣고 싶어 엎드렸습니다 제가 아무리 거짓 눈물을 흘렸어도 미워하지 마시고 용서하소서 당신 앞에서 무릎 꿇고 기도를 드립니다 ​ 아담에게 생기를 불어 넣으신 당신입니다 물고기들을 바다에서 춤추게 한 당신입니다 꽃들을 벌판에서 날개 한 당신입니다 ​ 아! 당신은 나의 하나님이십니다 말씀으로 빛을 내신 분입니다 내 기도를 들어주소서 내 어미의 생명을 살려주소서 ​ 가증스런 눈물이라도 받아주소서 고마운 이웃님들^^ 푸른언덕 블로그를 잠시 쉽니다. ​

칼라 복사 / 이 효

그림 : 김 정 수 칼라 복사 / 이 효 대학에 입학한 친구들 사자 뒷모습처럼 당당하다 공부보다 딱지치기 좋아했던 나 고아원에 남아 허드렛 일하며 원장님 곁을 맴돌았다 세월이 흘러 사자들은 머리에 박사 왕관까지 쓰고 나타났다 나는 명절날 뒷마당만 쓸었다. 원장님이 돌아가신 날 소나무에 흰 눈이 소복이 쌓였다. 겸손하게 살아라 가방끈 보다 긴 잔소리 한 평생 귓가를 맴돌았던 목소리 뒷산에 등 굽은 소나무 한 그루 매일 등산객들에게 인사를 한다 내 등을 닮은 소나무 보기 싫어 하루는 톱을 갖고 산에 올랐다. 저놈의 소나무 밑동을 잘라 버려야지 날카로운 톱날 돌아가는 소리 원장님의 울음소리 하얗게 눈발로 날린다 오늘 아침 마음에서 뽑은 칼라 복사 굽은 소나무 한 장 선명하다.

장미역 4번 출구

그림 : 김 정 수 장미 역 4번 출구 / 이 효 울음이 검은 잎 뒤로 숨을 때 친구의 붉은 장미꽃 한 바구니 정오 같은 미소로 겹겹이 내게로 왔다 지난밤 꿈에서 길을 잃은 내게 장미의 환한 미소는 하늘처럼 열렸다 가랑잎 한 장처럼 떨고 있는 내게 장미 꽃잎으로 징검다리 놓아 주었다 세상이 마지막 남은 사랑을 빼앗아가 절망 가운데 무너질 때 장미꽃은 별처럼 나를 위로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공포가 절벽처럼 크게 느껴질 때 눈에서는 붉은 눈물도 마르더라 내 무너지는 마음을 가시로 찔러 주었지 정신 차리라 했다 모질게 살라 했다 친구는 내게 장미 역 4번 출구를 열어주었다.

누구 어디 없소

그림 : 이 승 희 누구 어디 없소 / 이 효 가죽만 남은 산등성 당신이 그리워 올라갑니다 멀리 보이는 숲에는 참았던 눈물 흰 눈으로 내립니다 당신 닮은 어린 바위는 물뺀 심장이 무너져 내릴까 뜬눈으로 산을 지킵니다 산은 자꾸 돌아눕습니다 바람이 싫다던 산등성에는 잔기침이 모질게 붑니다. 홍매화는 언 눈 속에서 얼굴을 내미는데 거름 걸이 멈춘 당신의 봄은 어두운 산속에서 길을 잃습니다 누구 어디 없소 어머니의 봄을 업고 내려 올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