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뚜벅이 이야기2/알콩달콩 28

제주도 형제 이야기 (카페 P)

​ 핸드폰 소리가 요란하다. "여보세요. 도경아 무슨 일이야?" 여고시절 서클 후배 목소리다. "언니 그렇게 제주도 구경 같이 가자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언니는 못 간다고 했지. 나 혼자 다녀왔어. 언니 제주도에 가서 내가 맛있는 파스타와 커피를 함께 맛볼 수 있는 멋진 집을 찾아 놓았어. 전복 구이 스파게티를 먹었는데 맛이 기가 막혀. 분위기도 좋고~~ 코로나 잠잠해지면 꼭 같이 가보자. 후배는 제주도 여행 후기를 늘어놓았다. ​ 식사를 마치고 거피를 마시면서 카페 주인장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어. 옛날 우리 초등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 의좋은 형제 이야기 나왔지. 카페 주인장이 바로 그런 주인공들이야 우애가 남다른 두 형제 서울에서 각자 직장 생활하다가 제주도가 좋아서 내려왔데 아예 그곳에서 터를 잡아..

국수리 어머님의 마지막 그림

국수리 어머님 그림 ​ ​ 어제는 친한 동생네 집에 가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국수리 어머니가 갑상선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나이가 너무 연로하셔서 수술도 망설이고 계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단아하고, 고우신 국수리 어머님 수술을 하느냐? 마느냐? 자식들은 심한 갈등을 하고 있다. 수술 후에 항암 치료를 견디지 못하시면 자식들과 더 빠른 이별을 해야 한다. 살다가보면 큰 위기가 각 가정에 찾아온다. 자식들은 기도하면서 가장 최선의 방법을 택하리라 믿는다. 어머님께서는 뒤늦게 붓을 들고 아이들 소꿉놀이 하듯이 물감을 풀고, 그림을 그리면서 좋아하셨다.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이 선하다. 국수리 어머님은 더 이상 붓을 들지 못하신다. 몸도 마음도 지쳐있으시다. 문득 "아 인생이 별거 아니구나" 하는 생각..

가족

더위를 피해서 이른 아침나선 산책 길 개천에서 만난 오리 가족, 정답게 모여사네. 유리같이 맑은 물에 푸드덕 거리는 모습 ~~ 너무 귀여워 대장 오리 따라서 어디로 가는걸까? 밥먹듯 이혼하는 세상에 부부가 다정도 해라. 아침부터 험한 세상에서 낙오될까 고강도 훈련시키는 아빠 오리~ 얘들아 힘내라. 더더 더 빨리 ~~ 인생 낙오자 될껴 더더 더 빨리 ~~ 앞으로 돌진 에공 ~~ 너무 힘들어, 아빠 몰래 도망가자. 형님들 아우도 델꼬 가요. 빨리빨리~~ 달아나자, 다리에 땀난다. 아이들은 모두 가출해 버렸다. 요것들 봐라, 아빠의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 여봉! 살살해야지용, 요즘 세상에 아이들을 스파르타식으로 교육하면 어떡해요. 부인이 그렇게 물러터지게 교육하고, 감싸기만 하니 얘들이 저 모양 저 꼴이지~..

사람이 되는 것, 꽃이 되는 것

인생이란 소유하거나 받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되는 것이다.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다. -아놀드 토인비- 법정 스님은 스스로 행복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보다 나다운 보다 꽃다운 보다 인간다운 삶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인간을 가르는 척도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마치 행복한 자와 불행한 자의 기준인양 착각하고 살아갑니다. 많이 가진 자도 불행하게 사는 사람이 많고 적게 가져도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 결국은 남과 비교하지 말고 살아야 합니다. 법정 스님 말씀처럼 스스로 행복해질 때가 가장 인간답게 살고, 사람이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들판에 활짝 핀 꽃들도 욕심을 부리거나 자리싸움을 하지 않습니다. 씨앗이 떨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꽃을 피워 올리고 ..

행동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생각하라. (에드워드 리튼)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소금으로 간을 맞추지 않으면 그 맛을 잃고 만다. 모든 행동도 음식과 같이 간을 맞춰야 한다. 음식을 먹기 전에 간을 먼저 보듯이 행동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생각하라. 생각은 인생의 소금이다. 누구에게나 친구가 있다. 그런데 내게는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친구가 있다. 한 친구는 매우 명랑하고 다정다감하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 눈치 빠르게 행동한다. 그런데 단점은 입도 빠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친구 주변은 늘 시끄럽다. 또 다른 친구는 너무 조용하고 말이 없다. 항상 행동도 차분하고 남을 먼저 배려한다. 그런데 단점은 너무 말이 없으니 속을 잘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어떤 친구가 더 좋고, 나쁘다는 것을 말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친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궁..

능숙한 선장

능숙한 선장은 폭풍을 만났을 때 폭풍을 대항하지 않으며 결코 절망하지도 않는다. 언제나 이길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최후의 순간까지 온 힘을 다해서 살길을 찾는다. 여기서 인생에 고난을 돌파하는 비결이 있다. - 제임스 램지 맥도널드- 인생을 살다가 보면 여러 종류의 폭풍을 만나게 된다. 세월이 지나 뒤돌아 보니 나도 무척 능숙한 선장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면서 부부 싸움을 할 일이 별로 없지만 젊었을 때는 서로의 주장이 옳다고가끔씩 싸움을 했던 기억이 난다. 싸움이 시작되면 남편의 욱하는 성격을 알기에 싸움 당일에는 최대한 말을 아꼈다. 그리고 다음날 남편의 화가 조금 가라앉으면 선과 후의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그러면 남편은 말이 없어진다. "능숙한 선장은 폭풍을 만났을 때 폭풍을 대항..

사나이

어머니는 20년 동안 한 소년을 사나이로 키워낸다. 그러고 나면 다른 여자가 나타나 그 사나이를 20분 만에 바보로 만들어 보인다. -마르셀 프루스트- 요즘 한국 드라마가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기사를 접한 적 있다. 그런데 문득 한국 가정에서 일어난 고부갈등을 보고 외국 사람들은 어떤 느낌이 들까 생각해 보았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드라마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악악 거리고 싸우는 장면이 나오면 스르륵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막장 드라마가 재미도 있을 법 한데 사람들이 사나워지는 모습을 기억에 담고 싶지 않아서다 특히 시어머니 역을 맡은 사람은 어찌 그리도 악한 연기를 잘하는지 혀가 나올 정도다. 성경 말씀에 보면 창세기에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한 몸을 이룰지다"라고..

등산화를 새로 샀다. 오늘은 새로운 각오로 정상까지 씩씩하게 가야지 마음에 결심을 단단히 하고 등산화 끈을 꼬옥 묶었다. 숲길을 지나고, 가파른 언덕을 오르고 계단을 오르고, 뷰가 좋은 전망대에 섰다. 새로 신은 등산화가 아직 발에 익숙하지 않아 발이 조금 아팠다. 벤치에 앉아서 운동화 끈을 풀고 발을 잠시 빼고 싶었다. 그런데 아침에 의욕이 너무 넘쳐서 꽉 조인 등산화 끈이 잘 풀리지 않았다. 끙끙 거리다 포기하고 말았다. 문득 등산화 끈을 보면서 생각이 스쳤다. 우리 인간사도 인연이 서로 얽히고설켜 있는데 살아가면서 너무 서로를 가깝다고 등산화 끈 조이듯 찰싹 붙어있다 보면 서로 숨이 막혀올 때가 생긴다는 것이다. 서로 얽히고설켜서 비비 꼬여진 마음은 풀기도 쉽지 않다. 부부도 마찬가지고, 친구도 마..

주부로 산다는 것

새벽에 일어나서 산책을 나갔다. 일주일에 한 번은 늘 대청소를 한다. 대청소라고 해서 별거는 아니다 화장실 청소, 싱크대 청소, 앞 배란다, 뒷 배란다 물 청소다. 보통 주부들이 하는 일들이다. 그런데 늘 하던 일이 오늘은 왜 이리도 힘이 드는지 모르겠다. 문득 늙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친정어머니 생각이 났다. 친정어머니가 혼자 살림을 하시면서 직장 생활하는 며느리들을 위해 김치를 담가주신다. 그리고 힘들다고 말씀하신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주 종류별로 김치를 담가주시고 정작 당신은 파김치가 된다. 어머니로 산다는 것, 주부로 산다는 것 참 별것이 아니지만, 참 별것이다. 나도 직장 생활을 오래 했다. 워킹맘들의 고통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완벽한 직장 생활을 하려고 무던히 애를 쓰고 완벽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