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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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 내 곁에 와서 눕다 / 김영자

그림 / 손정희 ​ ​ ​ ​ 꽃들 내 곁에 와서 눕다 / 김영자 ​ ​ ​ ​ 투명한 것을 보면 온몸에 전율이 인다 하늘, 시, 꽃, 꽃을 보면 모두 입술에 대어 보고 싶다 의미 없이 건네주던 그의 사랑 하롱하롱 잎이지는 꽃이었을까 불투명한 속에 함몰되는 두 눈 욕망과 질투심과 시기에 눈알을 굴리며 상처가 괴어 아픈 흔적을 남긴다 상처 위에 상처가 덧나면 살들은 투명해지는 것인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추한 음부를 내보이는 꽃들 내 곁에 와서 눕다. ​ ​ ​ ​ 김영자 시집 / 문은 조금 열려 있다 ​ ​ ​ ​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만정리 출생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학예술학과 문예창작과 석사 과정 졸업 1991년 김경린 선생 추천, 월간 으로 등단 1993년 2000년 2014년 를 내다 ​ ​ ​ ..

사랑은 / 박수진

그림 / 이경주 ​ ​ ​ ​ ​ 사랑은 / 박수진​ ​ ​ ​ 사랑은 짐을 들어 주는 게 아니라 마음을 들어 주는 것이다 사랑은 내 마음에 등불이 켜지는 거 어둠 속에 빛이 켜지는 거 겨울에도 72도의 체온 속에 상처를 녹이는 것이다 사랑은 지상에서 아름다운 꽃을 같이 가꾸는 것 선인장 잎에서 가시를 뽑고 꽃이 피게 하는 것이다 내 심장에 산소를 넘치게 하여 지평선 끝까지 뛰게 하는 것이다 ​ ​ ​ ​ ​ 산굼부리에서 사랑을 읽다 / 박수진 ​ ​ ​ ​ ​

그만 내려놓으시오 / 공광규

그림 / 이율 그만 내려놓으시오 / 공광규 인생 상담을 하느라 스님과 마주 앉았는데 보이차를 따라놓고는 잔을 들고 있어 보라고 한다 작은 찻잔도 오래 들고 있으니 무겁다 그만 내려놓으시오 찻잔을 내려놓자 금세 팔이 시원해졌다 절간을 나와 화분에 담겨 시든 꽃을 매달고 있는 화초와 하수가 고여 썩은 개천을 지나오는데 꽃은 화려함을 땅에 내려놔야 열매를 얻고 물은 도랑을 버려야 강과 바다에 이른다는 말씀이 내 뒤를 따라온다 *공광규 시집 / 파주에게

​낙화 / 조지훈

그림 / 이경희 ​ ​ ​낙화 / 조지훈​ ​ ​ ​ ​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 ​ ​ ​ 시집 / 애송시 100편 ​ ​ ​ ​

까닭 / 나태주

그림 / 박혜숙 ​ ​ ​ 까닭 / 나태주 ​ ​ ​ 꽃을 보면 아, 예쁜 꽃도 있구나! 발길 멈추어 바라본다 때로는 넋을 놓기도 한다 ​ 고운 새소리 들리면 어, 어디서 나는 소린가? 귀를 세우며 서 있는다 때로는 황홀하기까지 하다 ​ 하물며 네가 내 앞에 있음에야! ​ 너는 그 어떤 세상의 꽃보다도 예쁜 꽃이다 너의 음성은 그 어떤 세상의 새소리보다도 고운 음악이다 ​ 너를 세상에 있게 한 신에게 감사하는 까닭이다. ​ ​ ​ ​ ​ 시집 / 나태주 대표 시선집 ​ ​ ​ ​

​세상이 밝았다 / 나호열

그림 / 김 정 수 ​ ​ ​ ​ ​ 세상이 밝았다 / 나호열 ​ ​ 내가 떠나온 곳을 향하여 미친 듯이 되돌아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등진 곳을 향하여 허기진 채로 되돌아가는 나 이 거대한 허물 속에 껍데기 속에 우리는 무정란의 꿈을 낳는다 나란히 눕자 꿈은 잠들지 않으면 찾아오지 않는다 나란히 누워 죽은 듯이 잠들자 잠들 듯이 죽어버리자 우리는 날카로운 비명을 듣는다 유리창 깨지는 소리를 무엇인가가 뛰쳐나오는 황급한 발자국 소리를 세상이 밝았다고 표현한다 허물분인 껍데기분인 세상에 꿈은 깨지기 위해 무섭게 꽃을 피운다 ​ ​ ​

네가 좋다 참말로 좋다 / 용 혜 원

그림 / 김 정 수 ​ ​ ​ ​ 네가 좋다 참말로 좋다 / 용 혜 원 ​ ​ ​ 네가 좋다 참말로 좋다 이 넓디넓은 세상 널 만나지 않았다면 마른나무 가지에 앉아 홀로 울고 있는 새처럼 외로웠을 것이다 ​ 너를 사랑하는데 너를 좋아하는데 내 마음은 꽁꽁 얼어버린 것만 같아 사랑을 다 표현할 수 없으니 속 타는 마음을 어찌하나 ​ 모든 계절은 지나가도 또다시 돌아와 그 시절 그대로 꽃피어나는데 우리들의 삶은 흘러가면 다시는 되돌아올 수 없어 사랑을 하고픈 걸 어이하나 ​ 내 마음을 다 표현하면 지나칠까 두렵고 내 마음을 다 표현 못하면 떠나가 버릴까 두렵다 ​ 나는 네가 좋다 참말로 좋다 네가 좋아서 참말로 좋아서 사랑만 하고 싶다 ​ ​ ​ ​ 용혜원 시집 / 지금은 사랑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