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레이션 / 이효 그림 / 김지수내레이션 / 이효 천년을 앞산과 눈 맞춤하더니 여자는 꽃으로 타들어 간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얼마일까누군가 일 년을 기다리지 못한 사랑 수없이 벙긋거린 입들 밤마다 별을 보고 달을 보았을 가슴속에 꾹꾹 누른 천년 붉게 달덩이 피어오른 불암산 서로의 가시를 눈 안에 앉히는 가시가 녹아 꽃봉오리 펼치는 서로의 강에 비춰보는 온몸으로 전하는 4월의 환희 이효시집 / 당신의 숨 한 번 문학이야기/자작시 2026.02.17
질문과 대답 사이로 / 이 효 그림 / 고은희 질문과 대답 사이로 / 이 효 미소가 사라진 세상에 꽃을 내거는 일은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세상 벽속에 갇혀 헤엄치느라 변변한 꽃 한 송이 문 앞에 내어놓지 못했네 창문 앞에 꽃을 거는 일은 숨 막히는 시간들, 선물 상자 푸는 일 이효 시집 / 당신의 숨 한 번 문학이야기/자작시 2025.09.18
엘리베이터 / 이효 그림 / Andrea Stockel 엘리베이터 / 이효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노랫가락은 등뼈의 곡선을 타고 구부러진 논두렁 길, 허기진 시계 뜨거운 쇠 밥통, 광주리 속 노곤함 한 손에는 찌그러진 과부 닮은 주전자 오리 길, 솔밭까지 따라오는 끌탕* 신발짝은 늘어진 혓바닥 논두렁에서 올라온 산 같은 남자 종아리에 끈질기게 달라붙은 거머리 무심하게 떼어낸 아픔 붉은 핏빛이 선명히 저무는 태양 와 이리 늦었노, 배때기 창자에 붙었데이 쩌렁한 남자 목소리 어느 순간 끊어진 전기 총각 선생님 노래는 코드 빠진 전선 해당화는 그렇게 간다 뚝, 떨어지는 엘리베이터 *끌탕:속을 태우는 걱정 이효 시집 / 당신의 숨 한 번 *PS 할아버지는 부농이셨다. 그러나 엄마는 언제나 할아버지의.. 문학이야기/자작시 2025.09.01
숲에 서다 / 이 효 숲에 서다 / 이 효 이른 아침 숲에 든다 테크론보다 질긴 생명력을 지닌 칡넝쿨 오르고 또 올라서 넝쿨 아래 나무들 한 조각의 빛 눅눅해진다 푸른 투망에 갇힌 나무들 힘 있는 자여 절망의 잎 덮지 말아라 햇살은 누군가에게 지푸라기 같은 양식이다 숲에서 나오는 길 내 신발 밑에도 칡꽃이 가득 묻었다 숲은 내게 살아있는 경전이다이효시집 / 당신의 숨 한 번 문학이야기/자작시 2025.07.11
드라이플라워 / 이 효 드라이플라워 / 이 효 내가 붉은 것은 당신을 부르기 위해서입니다 내가 가시가 있는 것은 나를 건들지 말라는 까닭입니다 언젠가는 타오르던 그 사랑도 시들겠지만 당신이 떠나면 슬픔 속 나는 마른 가시가 됩니다 사랑이 떠나도 견디게 하는 것은 향기가 남아서겠지요 오늘, 슬픔을 곱게 말립니다 오! 장미여 시집 / 당신의 숨 한 번 문학이야기/자작시 2025.07.06
詩 / 이효 詩 / 이효아무도 밟지 않은 눈 덮인 산길 홀로 오르며 첫 발자국 찍는다 산길을 따라서 찍어놓은 헐렁한 발자국에 마음을 들여놓는다 하늘과 땅과 산이 알몸으로 만나고 부끄러움이 고요해지는 순간이효 시집 / 당신의 숨 한 번 카테고리 없음 2024.12.26
묵과 어머니 / 이효 묵과 어머니 / 이효간병인이 사라진 날 척추가 불안한 어머니 집 딸만 보면 묵을 쑨다 수직 궤도 벗어난 꼬부라진 허리 싱크대에 매달려 추가 된다 끈끈한 묵 나무 주걱으로 세월만큼 휘젓는다 불 줄여라 엄마의 잔소리는 마른 젖 오래 저어라 끈기 있게 살라는 말씀 쫀득하다 어머니 묵 그릇 같은 유언 눈동자에 싸서 집으로 가져온다 풀어보니 검게 탄 일생이 누워 있다 입안에서 엄마 생각이 물컹거린다이효 시집 / 당신의 숨 한 번 문학이야기/자작시 2024.12.25
날개 없는 앵무새 / 이효 날개 없는 앵무새 / 이효 아침마다 지하철을 타는 남자파스만 한 카드를 댄다 앵무새가 낡은 가방을 마중 나온다 행복하세요 띡낡은 등산복이 지나간다행복하세요 띡 김밥 한 줄 든, 검정 비닐봉지 간다행복하세요 띡 허공에 무수하게 뿌려진 마른 말들 도시는 절망을 버릴 시간도 없다 행복은 허공에 썰물로 빠져나가는데날개도 없는 앵무새여! 잠잠하라 지하철 게이트를 지나는 순간 수천 마리의 심장 없는 앵무새 목소리 행복하세요 띡행복하세요 띡 띡행복하세요 띡 띡 띡 이효 시집 / 장미는 고양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4.12.25
숟가락을 놓다 / 이 효 그림 / 정도나숟가락을 놓다 / 이 효낡은 부엌문 바람이 두들기는데빈 그릇에 바람 소리 말을 더듬고장작으로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둥근 밥상에 수저 두 개 올려놓고비린내 나는 생선을 굽는다할머니 나물 팔던 손으로부엌문 활짝 열어 놓았다바람은 잠시 단추를 채우고 나간다그림자 된 춥고 외로운 사람들쓰러진 술병처럼 몸이 얼었다 녹는다산산이 발려진 생선 가시의 잔해들무표정한 가시를 모아 땅에 묻는다상처 난 것들 위로 첫눈이 내린다사랑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위해부엌에 온기를 넣는 것이효 시집 / 당신의 숨 한 번 문학이야기/자작시 2024.12.23
[박미섬의 홀리는 시집 읽기] 이효 시집 ‘장미는 고양이다’ 오월의 발톱'을 세우고 비광飛光의 춤을! 이효 시인 시인은 고통에서 치유를, 슬픔에서 기쁨을 끌어내는 존재다. 시를 사랑하는 존재이면서 시를 통해 사랑을 전하는 존재다. 제2시집 ‘장미는 고양이다’에서 이효 시인은 황폐한 현대성을 넘어서는 위험한 사랑을 감각적이고 독창적인 언어로 전해준다. 이는 ‘시인의 말’에 응축되어 있다. 눈동자에 빛이 들어온다 새벽을 통과한 나뭇가지들 잎맥은 속도를 기억한다 태양이 나뭇잎 위로 미끄러지면은빛으로 변한 들고양이들 飛光의 춤을 춘다(‘시인의 말’) ‘시인의 말’은 시집의 서문 격인 시. “태양이 나뭇잎 위로 미끄러지면” 들고양이들은 ‘비광’, 날아오르는 빛의 춤을 춘다.은빛으로 변한 들고양이들의 자태가 사뭇 날렵하다. 태양에서 .. 문학이야기/자작시 2024.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