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심장 9

심장을 켜는 사람 / 나희덕

그림 / 김채영 심장을 켜는 사람 / 나희덕 심장의 노래를 들어보실래요? 이 가방에는 두근거리는 심장들이 들어 있어요 건기의 심장과 우기의 심장 아침의 심장과 저녁의 심장 두근거리는 것들은 다 노래가 되지요 오늘도 강가에 앉아 심장을 퍼즐처럼 맞추고 있답니다 동맥과 동맥을 연결하면 피가 돌 듯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지요 나는 심장을 켜는 사람 심장을 다해 부른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통증은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지만 심장이 펄떡일 때마다 달아나는 음들, 웅크린 조약돌들의 깨어남, 몸을 휘돌아나가는 피와 강물, 걸음을 멈추는 구두들, 짤랑거리며 떨어지는 동전들, 사람들 사이로 천천히 지나가는 자전거바퀴,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와 기적소리, 다리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동안 얼굴은 점점 희미해지..

문학이야기/명시 2022.11.11 (16)

꿈과 충돌하다 / 조하은

그림 / 최 미 정 꿈과 충돌하다 / 조하은 밤인지 새벽인지 모호한 시간 벗은 몸을 파스텔 톤으로 비춰주는 욕실 거울 속에서 아련함과 사실 사이의 경계를 바라본다 기억할 만한 봄날은 어디에도 없다 얼토당토 않은 박자가 쉰 살의 시간을 두둘겨댈 때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는 고독이 타일 위로 뚝뚝 떨어졌다 심장과 뇌의 온도가 달라 가려운 뿔들이 불쑥불쑥 자라났다 날마다 기울어지는 사이렌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잠으로 가는 길을 몰라 날마다 잠과 충돌했다 바람이 몸 안을 들쑤시고 있었다 조하은 시집 / 얼마간은 불량하게

가시연꽃 / 최두석

그림 / 김혜숙 ​ ​ ​ 가시연꽃 / 최두석 ​ ​ 자신의 몸 씻은 물 정화시켜 다시 마시는 법을 나면서부터 안다 ​ 온몸을 한장의 잎으로 만들어 수면 위로 펼치는 마술을 부린다 ​ 숨겨둔 꽃망울로 몸을 뚫어 꽃 피는 공력과 경지를 보여준다 ​ 매일같이 물을 더럽히면 사는 내가 가시로 감싼 그 꽃을 훔쳐본다 ​ 뭍에서 사는 짐승의 심장에 늪에서 피는 꽃이 황홀하게 스민다. ​ ​ ​ 최두석 시집 / 투구꽃 ​ ​ ​

내 심장은 너무 작아서 / 잘라루딘 루미

그림 / 오지은 ​ ​ ​ 내 심장은 너무 작아서 / 잘라루딘 루미 ​ ​ "내 심장은 너무 작아서 거의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당신은 그 작은 심장 안에 이토록 큰 슬픔을 넣을 수 있습니까? " ​ 신이 대답했다. "보라, 너의 눈은 더 작은데도 세상을 볼 수 있지 않느냐." ​ ​ ​ 시집 / 시로 납치하다 (류시화 엮음) ​ ​ ​ ​ 김일성 별장

심장을 켜는 사람 / 나희덕

그림 / 박혜숙 ​ ​ 심장을 켜는 사람 / 나희덕 ​ ​ ​ 심장의 노래를 들어보실래요? 이 가방에는 두근거리는 심장들이 들어 있어요 ​ 건기의 심장과 우기의 심장 아침의 심장과 저녁의 심장 ​ 두근거리는 것들은 다 노래가 되지요 ​ 오늘도 강가에 앉아 심장을 퍼즐처럼 맞추고 있답니다 동맥과 동맥을 연결하면 피가 돌듯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지요 ​ 나는 심장을 켜는 사람 ​ 심장을 다해 부른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통증은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지만 ​ 심장이 펄럭일 때마다 달아나는 음들, 웅크린 조약돌들의 깨어남, 몸을 휘돌아가는 피와강물, 걸음을 멈추는 구두들, 짤랑거리며 떨어지는 동전들, 사람들 사이로 천천히 지나가는 자전거 바퀴,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와 기적소리, ​ 다리 위에서 ..

슬픈 버릇 / 허 연

사진 / 이영렬 ​ ​ ​ 슬픈 버릇 / 허 연 ​ ​ 가끔씩 그리워 심장에 손을 얹으면 그 심장은 없지. 이제 다른 심장으로 살아야지. ​ 이제 그리워하지 않겠다고 덤덤하게 이야기 하면 공기도 우리를 나누었죠. 시간의 화살이 멈추고 비로소 기억이 하나씩 둘 씩 석관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뚜껑이 닫히면 일련번호가 주어지고 제단위로 들어 올려져 이별이 됐어요. 그 골목에 남겼던 그림자들도, 틀리게 부르던 노래도, 벽에 그었던 빗금과, 모두에게 바쳤던 기도와 화장장의 연기와 깜박이던 가로등도 안녕히. 보라빛 꽃들이 깨어진 보도블럭 사이로 고개를 내밀 때, 쌓일 새도 없이 날아가버린 것들에 대해 생각했어요. 이름이 지워진 배들이 정박해있는 포구에서 명치 부근이 이상하게 아팠던 날 예감했던 일들. 당신은 왜 물..

제 눈을 꺼 보십시오 / 릴케

그림 / 이르고 베르디쉐프 (러시아) ​ ​ ​ 제 눈을 꺼 보십시오 / 릴케 ​ 제 눈을 꺼 보십시오. 그래도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제 귀를 막아 보십시오. 그래도 당신을 들을 수 있습니다. 다리가 없어도 당신에게 갈 수 있으며 입이 없어도 당신에게 청원할 수 있습니다. 저의 팔을 꺾어보십시오. 손으로 하듯 저는 저의 심장으로 당신을 붙잡습니다. 저의 심장을 멎게 해보십시오. 저의 뇌가 맥박칠 것입니다. 당신이 저의 뇌에 불을 지피면 저는 저의 피에 당신을 싣고 갈 것입니다. ​ ​ *1901 순례자 / ​ ​ ​

석류 / 복 효 근

그림 / 김 정 수 ​ ​ ​ 석류 / 복 효 근 ​ ​ 누가 던져놓은 수류탄만 같구나 불발이긴 하여도 서녘 하늘까지 붉게 탄다 네 뜰에 던져놓았던 석류만한 내 심장도 그랬었거니 불발의 내 사랑이 서천까지 태우는 것을 너만 모르고 나만 모르고.... 어금니 사려물고 안으로만 폭발하던 수백 톤의 사랑 혹은 적의 일지도 모를 ​ ​ ​ ​ 복 효 근 * 1962년 전라북도 남원 출생 * 1988년 전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졸업 * 1991년 계간 『시와시학』으로 등단 * 시집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버마재비 사랑』 『새에 대한 반성문』 『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 『목련꽃 브라자』 『마늘촛불』 『따뜻한 외면』 『꽃 아닌 것 없다』 ​ ​ ​ ​ ​

홀로 새우는 밤 / 용 혜 원

그림 : 김 정 수 홀로 새우는 밤 / 용 혜 원 홀로 새우는 밤 세상 바다에 나뭇잎새로 떠 있는 듯 아무리 뒤척여 보아도 어둠이 떠날 줄 모르고 나를 가두어 놓았다 혼자라는 고독을 느낄 나이가 되면 삶이란 느낌만으로도 눈물만으로도 어찌할 수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함께할 수 있는 이 있어도 홀로 잠들어야 하는 밤 시계 소리가 심장을 쪼개고 생각이 수없이 생각을 그려낸다 밤을 느낄 때 고독을 느낀다 벌써 밤이 떠날 시간이 되었는데 내 눈에 아직 잠이 매달려 있다 시집: 용혜원의 그대에게 주고 싶은 나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