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심장을 켜는 사람 / 나희덕

푸른 언덕 2022. 5. 1. 18:46

그림 / 박혜숙

 

심장을 켜는 사람 / 나희덕

심장의 노래를 들어보실래요?

이 가방에는 두근거리는 심장들이 들어 있어요

건기의 심장과 우기의 심장

아침의 심장과 저녁의 심장

두근거리는 것들은 다 노래가 되지요

오늘도 강가에 앉아

심장을 퍼즐처럼 맞추고 있답니다

동맥과 동맥을 연결하면

피가 돌듯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지요

나는 심장을 켜는 사람

심장을 다해 부른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통증은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지만

심장이 펄럭일 때마다 달아나는 음들,

웅크린 조약돌들의 깨어남,

몸을 휘돌아가는 피와강물,

걸음을 멈추는 구두들,

짤랑거리며 떨어지는 동전들,

사람들 사이로 천천히 지나가는 자전거 바퀴,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와 기적소리,

다리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동안

얼굴은 점점 희미해지고

허공에는 어스름이 검은 소금처럼 녹아내리고

이제 심장들을 담아 돌아가야겠어요

오늘의 심장이 다 마르기 전에

 

*나희덕 시집 / 파일명 서정시 <창비>

 

*시인은 런던 거리의 악사들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나희덕 시인님은 하나의 심장이 아니라 여러개의 심장들에 관해 말을 한다.

*나는 오늘 어떤 심장을 켜고 있나?

건기? 우기?

*세상의 심장들이 노래를 부르듯이 우리들도 서로 소통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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