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이효시인 67

봄을 붙인다 / 이효

그림 / 이경희봄을 붙인다 이효벽이 나를 가둔 곳에꽃과 새들이 몰려온다할퀸 상처를 뜯어내고말갛게 씻은 풍경을 풀어살갗이 오른 벽지를 붙인다서로를 읽지 못한 시간들끈적한 울음을 붓질하고벽지 뒷면에 절망을 지운다곰팡이가 핀 시어들햇살과 바람에 말려 창가에 널면벽 모퉁이에 노란 팬지가 자란다천장에 거꾸로 피는 꽃들줄기는 자라 벽을 타고 내려와방안에는 웃음꽃이 핀다봄은 누군가의 마음에 꽃이 자라도록향기를 바르는 일끈끈한 속살이 창문 안에 차오르는 일이다이효 시집 / 장미는 고양이다

내레이션 / 이효

그림 / 김지수내레이션 / 이효 천년을 앞산과 눈 맞춤하더니 여자는 꽃으로 타들어 간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얼마일까누군가 일 년을 기다리지 못한 사랑 수없이 벙긋거린 입들 밤마다 별을 보고 달을 보았을 가슴속에 꾹꾹 누른 천년 붉게 달덩이 피어오른 불암산 서로의 가시를 눈 안에 앉히는 가시가 녹아 꽃봉오리 펼치는 서로의 강에 비춰보는 온몸으로 전하는 4월의 환희 이효시집 / 당신의 숨 한 번

맨발의 시월 / 이효

맨발의 시월 이 효자유분방한 동거는 끝난 것인가초록으로 엉겨 붙었던 뜨거운 알몸은 가고가을은 시간이 벗어놓은 꽃신으로 온다언약은 여자의 눈동자 속에서 시들고주소를 잃어버린 쓸쓸한 나뭇잎들가을비는 발가락 사이, 단조로 스며들고나무에 매달린 열차표 한 장 푸르륵 떤다붉은 치맛자락을 뚫고 지나가는 바람바람을 잡는 것은 사랑이다 아니다나뭇가지의 사라진 춤사위가 너다뚝, 뚝 바닥에 뒹구는 상념들맨발의 시월, 나는 숲에서 사랑을 잃고가을밤을 해금 소리로 노랗게 물들인다다시는 숲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라한여름을 보낸 가을도 나처럼 벌겋게 운다2020년『신문예』2025년『미네르바』신인상인사동시인협회 부회장, 국제PEN한국본부 회원한국문인협회 회원, 노..

들국화는 별 속으로 / 이효

그림 / 한은숙 ​​ 들국화는 별 속으로 / 이효 ​산등선에 송곳 바람 맞고 우뚝 선 들국화야 벗들은 담장 아래서 물드는데 넌 동물 울음소리 삼키며 먼 산 지키고 있구나 ​밤하늘 수천 개의 별들과 나눈 사랑이 잣나무 사이로 빗겨온 세월을 삼키면서까지 자리를 지킬 만하더냐 ​능선 위에 들국화야 오늘 밤 떨지 말아라 세상은 홀로 가는 길이 아니다 캐시미르의 목동이 깎은 양털 이불로 덮고 가을 산에 함께 누워보자꾸나 ​들국화는 별이 되고 별은 들국화로 빨려 들어간다 이효 시집 / 당신의 숨 한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