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가된 노가리 / 이 효 장엄한 일출을 숯불에 굽는다벌겋게 익어버린 노을 질긴 바다를 굽고 또 굽는다쪼그라든 몸통, 가시는 슬픔의 무게를 던다 머리는 어디로 갔을까? 짭짤한 맛, 고단한 날들의 바람바다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식탁에 놓인 고뇌의 모서리 씹힐 때마다 걸리는 가시거친 세상에서 시간을 견디는휘우듬한 등은 일어서지 못한다 실핏줄도 막혀버린 어제와 오늘수심 깊은 시퍼름이 울컥 올라온다 바다를 잃어버린다는 것은출렁이는 꼬리가 잘린 것 부드럽게 짓이긴 속살누군가의 입에서 상냥한 저녁이 된다 허공을 움켜잡은 바다의 조각들수상한 부처가 되어간다 단팥죽의 비밀 / 이 효 끈적한 남자의 눈은 겨울이다동동 떠 있는 하얀 눈동자 초점 잃은 아버지다 불안한 내 손은 탁자 아래서 울컹거리는 안부를 갉아먹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