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베이비박스 / 이효

푸른 언덕 2025. 6. 16. 04:54

베이비박스 창고 바닥에 죽어있는 새 한 마리 출산 기록은 숲에 있지만 출생 신고는 나무에 없다 유령이 된 새, 텅 빈 베이비박스 창문 밖의 모진 말들은 쪼글거린다 비를 맞고 날개를 접었나 봐, 굶어 죽은 거야 죽은 아기새 주위로 작은 벌레들이 조문을 온다 작은 종이 상자에 넣어 묻어 주려고 새의 날개를 드는 순간 구더기가 바글거린다 여린 살을 파고드는 고통, 어제와 오늘이 뜯겼다 외면과 무관심의 순간, 살점은 제물이 된 거야 다시는 푸른 숲으로 돌아갈 수 없는 죽음에 이르러 알게 된 세상 불온한 도시에서 불온한 사랑이 미등록된 출생신고 죄책감마저도 씹어 먹은 도시의 슬픔들 말문을 닫은 모진 에미를 대신해 7월의 하늘은 수문을 연다

 

 

이효 시집 / 장미는 고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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