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사랑 30

사랑은 / 박수진

그림 / 이경주 ​ ​ ​ ​ ​ 사랑은 / 박수진​ ​ ​ ​ 사랑은 짐을 들어 주는 게 아니라 마음을 들어 주는 것이다 사랑은 내 마음에 등불이 켜지는 거 어둠 속에 빛이 켜지는 거 겨울에도 72도의 체온 속에 상처를 녹이는 것이다 사랑은 지상에서 아름다운 꽃을 같이 가꾸는 것 선인장 잎에서 가시를 뽑고 꽃이 피게 하는 것이다 내 심장에 산소를 넘치게 하여 지평선 끝까지 뛰게 하는 것이다 ​ ​ ​ ​ ​ 산굼부리에서 사랑을 읽다 / 박수진 ​ ​ ​ ​ ​

봄비 / 박형준​

그림 / 정미라 ​ ​ ​​ 봄비 / 박형준 ​ ​ ​ 당신은 사는 것이 바닥으로 내려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내게는 그 바닥을 받쳐줄 사랑이 부족했다. 봄비가 내리는데, 당신과 닭백숙을 만들어 먹던 겨울이 생각난다. 나를 위해 닭의 내장 안에 쌀을 넣고 꿰매던 모습, 나의 빈자리 한 땀 한 땀 깁는 당신의 서툰 바느질, 그 겨울 저녁 후후 불어먹던 실 달린 닭백숙 ​ ​ ​ ​ 박형준 시집 /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 ​ ​ 박형준 1991년 산춘문예 당선, 미당 문학상 수상 시집 외 9권 ​ ​ ​ ​

너에게 가는 길 / 이 사 랑​

그림 / 이 혜 진 ​ ​ ​ 너에게 가는 길 / 이 사 랑 ​ ​ 사막에서 낙타는 한 그루 나무다 ​ 나그네가 나무 그늘에 기대어 생각한다 ​ 추상적 사랑이라는 신기루 그것이 행복이라고 착각하는 ​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때만큼 외로울 때가 또 있을까? ​ 나무와 걸어가는 사막에 모래바람이 분다 ​ 너를 찾아가는 길 참, 멀다! ​ ​ ​ 이사랑 시집 / 적막 한 채 ​ ​ *2009년 계간 등단,수주문학, 대상수상 시집 ​ ​ ​

​천 년의 문 / 이 어 령

작품 / 송 은 주 ​ ​ ​ ​ 천 년의 문 / 이 어 령 ​ ​ ​ 절망한 사람에게는 늘 닫혀있고 희망 있는 사람에게는 늘 열려 있습니다. 미움 앞에는 늘 빗장이 걸려 있고 사랑 앞에는 늘 돌쩌귀가 있습니다. ​ 천년의 문이 있습니다. 지금 이 문이 이렇게 활짝 열려 있는 까닭은 희망과 사랑이 우리 앞에 있다는 것입니다. ​ 새 천 년은 오는 것이 아니라 맞이하는 것입니다. 새 천 년은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입니다. ​ 빗장 없는 천 년의 문이 이렇게 활짝 열려 있는 것은 미움의 세월이 뒷담으로 가고 아침 햇살이 초인종 소리처럼 문 앞에 와 있는 까닭입니다. ​ ​ ​ ​ 이어령 시집 /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 ​ ​

아침에 전해준 새 소리 / 나 호 열

그림 / 박 진 우 ​ ​ ​ ​ 아침에 전해준 새 소리 / 나 호 열 ​ ​ 죽지 않을 만큼만 잠을 잔다 죽지 않을 만큼만 먹고 죽지 않을 만큼만 꿈을 꾼다 죽지 않을 만큼만 말을 하고 죽지 않을 만큼만 걸어간다 그래야 될 것 같아서 누군가 외로울 때 웃는 것조차 죄가 되는 것 같아서 그래야 될 것 같아서 아, 그러나, 그러나 모든 경계를 허물지 않고 죽지 않을 만큼만 사랑할 수는 없다 누구나 말하지 않는가 죽을 때까지 사랑한다고 나는 그 끝마저도 뛰어넘고 싶다 ​ ​ ​ ​

그릇 1 / 오 세 영

그림 / 황 미 숙 ​ ​ ​ 그릇 1 / 오 세 영 ​ ​ ​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 절제와 균형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 맹목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혼 ​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 ​ 시집 /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