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사랑 28

봄비 / 박형준​

그림 / 정미라 ​ ​ ​​ 봄비 / 박형준 ​ ​ ​ 당신은 사는 것이 바닥으로 내려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내게는 그 바닥을 받쳐줄 사랑이 부족했다. 봄비가 내리는데, 당신과 닭백숙을 만들어 먹던 겨울이 생각난다. 나를 위해 닭의 내장 안에 쌀을 넣고 꿰매던 모습, 나의 빈자리 한 땀 한 땀 깁는 당신의 서툰 바느질, 그 겨울 저녁 후후 불어먹던 실 달린 닭백숙 ​ ​ ​ ​ 박형준 시집 /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 ​ ​ 박형준 1991년 산춘문예 당선, 미당 문학상 수상 시집 외 9권 ​ ​ ​ ​

너에게 가는 길 / 이 사 랑​

그림 / 이 혜 진 ​ ​ ​ 너에게 가는 길 / 이 사 랑 ​ ​ 사막에서 낙타는 한 그루 나무다 ​ 나그네가 나무 그늘에 기대어 생각한다 ​ 추상적 사랑이라는 신기루 그것이 행복이라고 착각하는 ​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때만큼 외로울 때가 또 있을까? ​ 나무와 걸어가는 사막에 모래바람이 분다 ​ 너를 찾아가는 길 참, 멀다! ​ ​ ​ 이사랑 시집 / 적막 한 채 ​ ​ *2009년 계간 등단,수주문학, 대상수상 시집 ​ ​ ​

​천 년의 문 / 이 어 령

작품 / 송 은 주 ​ ​ ​ ​ 천 년의 문 / 이 어 령 ​ ​ ​ 절망한 사람에게는 늘 닫혀있고 희망 있는 사람에게는 늘 열려 있습니다. 미움 앞에는 늘 빗장이 걸려 있고 사랑 앞에는 늘 돌쩌귀가 있습니다. ​ 천년의 문이 있습니다. 지금 이 문이 이렇게 활짝 열려 있는 까닭은 희망과 사랑이 우리 앞에 있다는 것입니다. ​ 새 천 년은 오는 것이 아니라 맞이하는 것입니다. 새 천 년은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입니다. ​ 빗장 없는 천 년의 문이 이렇게 활짝 열려 있는 것은 미움의 세월이 뒷담으로 가고 아침 햇살이 초인종 소리처럼 문 앞에 와 있는 까닭입니다. ​ ​ ​ ​ 이어령 시집 /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 ​ ​

아침에 전해준 새 소리 / 나 호 열

그림 / 박 진 우 ​ ​ ​ ​ 아침에 전해준 새 소리 / 나 호 열 ​ ​ 죽지 않을 만큼만 잠을 잔다 죽지 않을 만큼만 먹고 죽지 않을 만큼만 꿈을 꾼다 죽지 않을 만큼만 말을 하고 죽지 않을 만큼만 걸어간다 그래야 될 것 같아서 누군가 외로울 때 웃는 것조차 죄가 되는 것 같아서 그래야 될 것 같아서 아, 그러나, 그러나 모든 경계를 허물지 않고 죽지 않을 만큼만 사랑할 수는 없다 누구나 말하지 않는가 죽을 때까지 사랑한다고 나는 그 끝마저도 뛰어넘고 싶다 ​ ​ ​ ​

그릇 1 / 오 세 영

그림 / 황 미 숙 ​ ​ ​ 그릇 1 / 오 세 영 ​ ​ ​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 절제와 균형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 맹목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혼 ​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 ​ 시집 /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 ​ ​ ​

두렵지만 머물고 싶은 시간 / 은 시 영

그림 / 박 종 식 ​ ​ ​ ​ 두렵지만 머물고 싶은 시간 / 은 시 영 ​ ​ ​ 두렵지만 머물고 싶은 시간 그건 사랑의 시간이었다. ​ 바람은 언제나 나에게 속삭임으로 진실을 말해줬지만 ​ 나는 바람의 진실을 듣지 않았다. ​ 그리고는 또 이렇게 아픈 시간들이 나를 지나간다. ​ 나의 눈물은 시가 되고 시는 그대가 되어 다시 내 안에 머문다. ​ 그리고 눈물 가득한 나에게 바람은 다시 속삭여준다. ​ 눈물, 그것은 아무나 흘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 늦은 것도 같지만 이번 바람의 위로를 나는 놓치기 싫었다. ​ ​ ​ ​ ​ ( 신춘문예 당선작 / 2021, 경인일보 ) ​ ​ ​

네가 좋다 참말로 좋다 / 용 혜 원

그림 / 김 정 수 ​ ​ ​ ​ 네가 좋다 참말로 좋다 / 용 혜 원 ​ ​ ​ 네가 좋다 참말로 좋다 이 넓디넓은 세상 널 만나지 않았다면 마른나무 가지에 앉아 홀로 울고 있는 새처럼 외로웠을 것이다 ​ 너를 사랑하는데 너를 좋아하는데 내 마음은 꽁꽁 얼어버린 것만 같아 사랑을 다 표현할 수 없으니 속 타는 마음을 어찌하나 ​ 모든 계절은 지나가도 또다시 돌아와 그 시절 그대로 꽃피어나는데 우리들의 삶은 흘러가면 다시는 되돌아올 수 없어 사랑을 하고픈 걸 어이하나 ​ 내 마음을 다 표현하면 지나칠까 두렵고 내 마음을 다 표현 못하면 떠나가 버릴까 두렵다 ​ 나는 네가 좋다 참말로 좋다 네가 좋아서 참말로 좋아서 사랑만 하고 싶다 ​ ​ ​ ​ 용혜원 시집 / 지금은 사랑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