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플라워 / 이 효 그림 / 김형기 드라이플라워 / 이 효 내가 붉은 것은 당신을 부르기 위해서입니다 내가 가시가 있는 것은 나를 건들지 말라는 까닭입니다 언젠가는 타오르던 그 사랑도 시들겠지만 당신이 떠나면 슬픔 속 나는 마른 가시가 됩니다 사랑이 떠나도 견디게 하는 것은 향기가 남아서겠지요 오늘, 슬픔을 곱게 말립니다 오! 장미여 문학이야기/자작시 2022.12.14 (30)
능소화 지다 / 나태주 그림 / 홍순실 능소화 지다 / 나태주 사랑은 잠깐 잠깐이어서 사랑이어요 꽃 피는 것도 잠깐 잠깐이어서 꽃이어요 사랑이 떠난 자리 꽃이 진 자리 그대 돌아올 날 기다려도 좋을까요? 다시 꽃 필 날 믿어도 좋을까요? 나태주 시집 /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문학이야기/명시 2022.06.26
지금 여기 / 홍해리 그림 / 이수애 지금 여기 / 홍해리 마음은 조금쯤은 비워 두어라 가득 채운 다음엔 자리가 없어 더 귀한 사랑은 어디에 모시랴 비어 있어 넉넉한 저 하늘이여 시집 /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도서출판 움) 문학이야기/명시 2022.05.26
후회 / 나태주 그림 / 문지은 후회 / 나태주 이담에 이담에 나는 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너무 여러 번 한 것을 후회할 것이고 너는 한 번도 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할지도 모른다 나태주 필사시집 / 끝까지 남겨두는 그 마음 문학이야기/명시 2022.05.02
봄비 / 박형준 그림 / 정미라 봄비 / 박형준 당신은 사는 것이 바닥으로 내려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내게는 그 바닥을 받쳐줄 사랑이 부족했다. 봄비가 내리는데, 당신과 닭백숙을 만들어 먹던 겨울이 생각난다. 나를 위해 닭의 내장 안에 쌀을 넣고 꿰매던 모습, 나의 빈자리 한 땀 한 땀 깁는 당신의 서툰 바느질, 그 겨울 저녁 후후 불어먹던 실 달린 닭백숙 박형준 시집 /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박형준 1991년 산춘문예 당선, 미당 문학상 수상 시집 외 9권 문학이야기/명시 2022.04.19
너에게 가는 길 / 이 사 랑 그림 / 이 혜 진 너에게 가는 길 / 이 사 랑 사막에서 낙타는 한 그루 나무다 나그네가 나무 그늘에 기대어 생각한다 추상적 사랑이라는 신기루 그것이 행복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때만큼 외로울 때가 또 있을까? 나무와 걸어가는 사막에 모래바람이 분다 너를 찾아가는 길 참, 멀다! 이사랑 시집 / 적막 한 채 *2009년 계간 등단,수주문학, 대상수상 시집 문학이야기/명시 2022.04.13
천 년의 문 / 이 어 령 작품 / 송 은 주 천 년의 문 / 이 어 령 절망한 사람에게는 늘 닫혀있고 희망 있는 사람에게는 늘 열려 있습니다. 미움 앞에는 늘 빗장이 걸려 있고 사랑 앞에는 늘 돌쩌귀가 있습니다. 천년의 문이 있습니다. 지금 이 문이 이렇게 활짝 열려 있는 까닭은 희망과 사랑이 우리 앞에 있다는 것입니다. 새 천 년은 오는 것이 아니라 맞이하는 것입니다. 새 천 년은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입니다. 빗장 없는 천 년의 문이 이렇게 활짝 열려 있는 것은 미움의 세월이 뒷담으로 가고 아침 햇살이 초인종 소리처럼 문 앞에 와 있는 까닭입니다. 이어령 시집 /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문학이야기/명시 2021.12.04
아침에 전해준 새 소리 / 나 호 열 그림 / 박 진 우 아침에 전해준 새 소리 / 나 호 열 죽지 않을 만큼만 잠을 잔다 죽지 않을 만큼만 먹고 죽지 않을 만큼만 꿈을 꾼다 죽지 않을 만큼만 말을 하고 죽지 않을 만큼만 걸어간다 그래야 될 것 같아서 누군가 외로울 때 웃는 것조차 죄가 되는 것 같아서 그래야 될 것 같아서 아, 그러나, 그러나 모든 경계를 허물지 않고 죽지 않을 만큼만 사랑할 수는 없다 누구나 말하지 않는가 죽을 때까지 사랑한다고 나는 그 끝마저도 뛰어넘고 싶다 문학이야기/명시 2021.11.30
그릇 1 / 오 세 영 그림 / 황 미 숙 그릇 1 / 오 세 영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제와 균형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맹목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혼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시집 /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문학이야기/명시 2021.11.13
두렵지만 머물고 싶은 시간 / 은 시 영 그림 / 박 종 식 두렵지만 머물고 싶은 시간 / 은 시 영 두렵지만 머물고 싶은 시간 그건 사랑의 시간이었다. 바람은 언제나 나에게 속삭임으로 진실을 말해줬지만 나는 바람의 진실을 듣지 않았다. 그리고는 또 이렇게 아픈 시간들이 나를 지나간다. 나의 눈물은 시가 되고 시는 그대가 되어 다시 내 안에 머문다. 그리고 눈물 가득한 나에게 바람은 다시 속삭여준다. 눈물, 그것은 아무나 흘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늦은 것도 같지만 이번 바람의 위로를 나는 놓치기 싫었다. ( 신춘문예 당선작 / 2021, 경인일보 ) 문학이야기/명시 2021.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