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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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낮은 몸짓 / 문영하

가장 낮은 몸짓 / 문영하등나무 그늘에 앉아등꽃 떨어진 곳을 바라본다느리게 느리게 기어가는애벌레 한 마리나를 찾아꿈속으로 기어오는 우리 아기배밀이다가장 낮은 곳에서가장 낮은 것이 세상을 향해온몸으로 돌진한다바로 저것이다벌레가 몸소 가르쳐 주는 세상 읽기등꽃 그늘에 앉아 나를 바라본다문영하 시집 / 네 시 반 창문 너머

맨발의 시월 / 이효

맨발의 시월 이 효자유분방한 동거는 끝난 것인가초록으로 엉겨 붙었던 뜨거운 알몸은 가고가을은 시간이 벗어놓은 꽃신으로 온다언약은 여자의 눈동자 속에서 시들고주소를 잃어버린 쓸쓸한 나뭇잎들가을비는 발가락 사이, 단조로 스며들고나무에 매달린 열차표 한 장 푸르륵 떤다붉은 치맛자락을 뚫고 지나가는 바람바람을 잡는 것은 사랑이다 아니다나뭇가지의 사라진 춤사위가 너다뚝, 뚝 바닥에 뒹구는 상념들맨발의 시월, 나는 숲에서 사랑을 잃고가을밤을 해금 소리로 노랗게 물들인다다시는 숲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라한여름을 보낸 가을도 나처럼 벌겋게 운다2020년『신문예』2025년『미네르바』신인상인사동시인협회 부회장, 국제PEN한국본부 회원한국문인협회 회원, 노..

들국화는 별 속으로 / 이효

그림 / 한은숙 ​​ 들국화는 별 속으로 / 이효 ​산등선에 송곳 바람 맞고 우뚝 선 들국화야 벗들은 담장 아래서 물드는데 넌 동물 울음소리 삼키며 먼 산 지키고 있구나 ​밤하늘 수천 개의 별들과 나눈 사랑이 잣나무 사이로 빗겨온 세월을 삼키면서까지 자리를 지킬 만하더냐 ​능선 위에 들국화야 오늘 밤 떨지 말아라 세상은 홀로 가는 길이 아니다 캐시미르의 목동이 깎은 양털 이불로 덮고 가을 산에 함께 누워보자꾸나 ​들국화는 별이 되고 별은 들국화로 빨려 들어간다 이효 시집 / 당신의 숨 한 번

엘리베이터 / 이효

그림 / Andrea Stockel 엘리베이터 / 이효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노랫가락은 등뼈의 곡선을 타고 구부러진 논두렁 길, 허기진 시계 뜨거운 쇠 밥통, 광주리 속 노곤함 한 손에는 찌그러진 과부 닮은 주전자 오리 길, 솔밭까지 따라오는 끌탕* 신발짝은 늘어진 혓바닥 논두렁에서 올라온 산 같은 남자 종아리에 끈질기게 달라붙은 거머리 무심하게 떼어낸 아픔 붉은 핏빛이 선명히 저무는 태양 와 이리 늦었노, 배때기 창자에 붙었데이 쩌렁한 남자 목소리 어느 순간 끊어진 전기 총각 선생님 노래는 코드 빠진 전선 해당화는 그렇게 간다 뚝, 떨어지는 엘리베이터 *끌탕:속을 태우는 걱정 이효 시집 / 당신의 숨 한 번 *PS 할아버지는 부농이셨다. 그러나 엄마는 언제나 할아버지의..

Who am I ? 5

그림 / 서희경​​​​Who am I ? 5 박순 ​​​ 아스팔트에 붙은 발끝은 어디로 갈까 신념이라고 믿었던 것들은 오류투성이일 뿐 세상을 살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세계에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어둠 속에서만 열리는 동공 뿌연 거울 속에서 나만의 형식을 찾아 헤매 돌도 꽃도 나름의 언어로 세상을 향하는 것처럼 난 나에게 최면을 걸어 독한 것을, 유니크한 것을, 그로테스크한 것을 추앙하라고 절벽 앞에서 한 발짝 내디뎌 보라고 슬픔의 회오리 속으로 돌아가라고​​​​​-박순 시인 프로필-​2015년 계간 『시인정신』신인문학상 수상시인정신 우수작품상 수상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 표창제2회 서울시민문학상 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