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엘리베이터 / 이효

푸른 언덕 2025. 9. 1. 09:46

 

그림 / Andrea Stockel

 

 

 

 

엘리베이터 / 이효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노랫가락은 등뼈의 곡선을 타고

구부러진 논두렁 길, 허기진 시계

 

뜨거운 쇠 밥통, 광주리 속 노곤함

한 손에는 찌그러진 과부 닮은 주전자

오리 길, 솔밭까지 따라오는 끌탕*

신발짝은 늘어진 혓바닥

 

논두렁에서 올라온 산 같은 남자

종아리에 끈질기게 달라붙은 거머리

무심하게 떼어낸 아픔

붉은 핏빛이 선명히 저무는 태양

 

와 이리 늦었노, 배때기 창자에 붙었데이

쩌렁한 남자 목소리

어느 순간 끊어진 전기

총각 선생님 노래는 코드 빠진 전선

 

해당화는 그렇게 간다

뚝, 떨어지는 엘리베이터

 

 

*끌탕:속을 태우는 걱정

 

 

 

 

이효 시집 / 당신의 숨 한 번

 

 

*PS 할아버지는 부농이셨다. 그러나 엄마는 언제나 할아버지의 호통에 하루가 바빴다.

논두렁에 나가서 하루 종일 일꾼들과 일하시는 할아버지, 어머니는 뜨거운 철밥통에 김이 

올라오는 밥통을 찬거리와 함께 광주리에 이고 이웃 아줌마와 함께 오리인지 십리인지 되는 

길을 나섰다. 늦게 왔다고 호통치는 할아버지, 나는 그런 할아버지가 조금은 미웠다. 

설거지 그릇을 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신 어머님은 또 새참을 위해 옥수수를 삶고, 감자를 찌시고 

막걸리를 받아 오신다. 그 고단한 길을 묵묵히 또 나서신다. 그 때마다 어머니가 부르신 노래는 

해당화 피고지는 노래가락이었다. 어린 내 가슴에 그 노래가 어찌나 구슬프게 들리든지 ~~

그 노래만 들으면 눈물이 흐른다. 그런 어머니가 어느날 해당화 꽃처럼 떨어져 버렸다.

 

해당화는 그렇게 간다

뚝, 떨어지는 엘리베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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