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하루 시 필사 160

피가 피다 / 김혜순

그림 / 박정자피가 피다 / 김혜순 재봉틀 바늘처럼 따라오는 빗줄기를 피해 달아나다가모퉁이 돌아 몸속에서 붉은 벽돌을 꺼내 담 쌓아가다가 가로등이 따끔따끔 켜지며 쫓아오면 더 힘껏 달아나다가 마음 급한 매미들이 길을 썰어대는 소리 귀 기울여 듣다가 발목에 쥐날 때처럼 저 멀리 빌딩의 창문들이 환하게 켜지면 빨간 콧구멍 흰 고양이가 담장 밑으로 코피를 떨어뜨리는 것 바라보다가 광목 한 필 펼친 것 같은 희디흰 담장에 빨갛게 맺히다가 바늘이 몸 안으로 들어갔다가 실핏줄을 끌고 다시 나오면 혈관이 부풀어 솟구치고 한 송이 두 송이 참지 못하다가 땀구멍마다 앗 따가 앗 따가 가시가 따라 나오다가 흰 고양이의 입속에 머리를 빼앗긴 어린 새 한 마리 내 손에 들린 작고 붉은 심장이 푸드덕거리다가 앞길이 구만리 장미..

2025 경상일보 신춘문예

백야 / 원수현백야 / 원수현창을 하나 갖고 싶다고 말했다아주 작아서 내 눈에만 보이는 창을사람들은 으레 그랬듯 그저 스쳐 지나갈 것이고나는 그 작은 곳에 눈을 대고 밖을 보기로 했어틈 사이로가진 것들이 보였다 너무도 많고 때로는 아무것도 없고많아서 우는 사람들없어서 우는 사람들우리 모두는 이렇게 불행함을 하나씩 눈에 넣었지이곳을 떠나면 행복해질 거라는 사람들그들은 지금 어디에?빙하를 뚫고 도달한 곳이 빙하라니요!그곳도 돌았다 빙글빙글 꼭짓점도 결국에는그대는 미치어 있는가그대는 미쳐 있던가아 다르고 어 달라서 우리 마음먹기에 달렸다고아프리카의 한 부족은 뱀을 피해 장대에 올라간다고 했다점점 더 길어지는 그림자들우리의 그림자가 세상을 덮을 때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깨진 창문을 다시 기우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