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박정자피가 피다 / 김혜순 재봉틀 바늘처럼 따라오는 빗줄기를 피해 달아나다가모퉁이 돌아 몸속에서 붉은 벽돌을 꺼내 담 쌓아가다가 가로등이 따끔따끔 켜지며 쫓아오면 더 힘껏 달아나다가 마음 급한 매미들이 길을 썰어대는 소리 귀 기울여 듣다가 발목에 쥐날 때처럼 저 멀리 빌딩의 창문들이 환하게 켜지면 빨간 콧구멍 흰 고양이가 담장 밑으로 코피를 떨어뜨리는 것 바라보다가 광목 한 필 펼친 것 같은 희디흰 담장에 빨갛게 맺히다가 바늘이 몸 안으로 들어갔다가 실핏줄을 끌고 다시 나오면 혈관이 부풀어 솟구치고 한 송이 두 송이 참지 못하다가 땀구멍마다 앗 따가 앗 따가 가시가 따라 나오다가 흰 고양이의 입속에 머리를 빼앗긴 어린 새 한 마리 내 손에 들린 작고 붉은 심장이 푸드덕거리다가 앞길이 구만리 장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