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혈관 / 이 효가시 돋은 피가 온몸을 할퀴며 간다 몸은 거대한 산맥 장기들 깊숙이 흐르는 진한 사색은 한평생 그가 살아온 길을 흑장미로 출력한다 주삿바늘은 부질없는 것들을 기억하고돌아누운 벽은 무채색 숨소리로 흐느낀다 명함 하나 없는 삶도주머니가 깊지 못한 삶도 끈질기고 싶은 순간이다 혈관을 타고 도는 과거의 연민은 피의 가시에 수없이 찔린다 새벽마다 짐승의 힘으로 뿔로 세상을 밀고 달린 남자 하루를 중얼거린 무너진 산은 급한 내일을 수혈받는다 먼 산, 6월의 혈관은 시퍼런 울음 누른다 이효 시집 / 장미는 고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