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미술이야기/명화감상 11

가을꽃다발 / 일리야 레핀 (러시아 화가)

​ 마지막 꽃들이 더 소중하네 / 알렉산드르 푸쉬킨(시인) ​ 마지막 꽃들이 더 소중하네 들판에 화려한 첫 꽃들보다 우리 가슴에 우울한 생각들을 더 생생하게 일깨우는 마지막 꽃들 그렇게 간혹 이별의 순간은 더 생생하네, 달콤한 만남의 순간보다도. ​ .......................................................... ​ 조금씩 수그러드는 가을빛을 뒤로하고 저녁 어둠이 찾아온다. 가을은 그 화려함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그리 길게 주지 않는다. 여름과는 달리 빨리 어둠의 품에 안겨 버리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들판을 헤매던 여인은 계절의 마지막을 불태우는 꽃들을 꺾어 함께한다. 이미 자연과 하나인 양 그녀의 모자, 투피스, 그리고 꽃다발이 하나의 색깔로 어우러진다. 아..

해바라기 (국수리 어머님 그림)

해바라기 ​ 국수리 어머님의 따끈한 그림이 도착했다. 친한 동생의 어머님이시다. 연세는 여든일곱 이시다. 가난하고 강직한 공무원의 아내로 사셨는데 일찍 남편을 여의시고 2남 1녀를 홀로 키우셨다. ​ 손재주가 뛰어나셔서 이웃들의 결혼식이 있을 때 밤, 대추로 폐백 음식을 산처럼 멋지게 쌓으셨단다. 동네 사람들 칭찬이 부끄러우셨단다. 세 자녀들의 옷을 아기 때부터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손수 만들어 입히셨다. 시장에서 천을 떠다가 눈짐작으로 신문지에 재단을 하시고 옷을 만들어 입히셨단다. ​ 뜨개질도 잘하셔서 겨울에 코트를 떠서 입히셨단다. 어린 자식들 귀 시릴까 봐 모자도 손수 떠서 씌워주셨는데 앞에 챙이 나온 모자는 책받침을 오려서 넣으셨다고 한다. ​ 평소에 땅을 놀리는 것을 죄로 여기신 어머님은 텃..

바실리 트로피닌의 소녀들(러시아 그림 이야기)

레이스 뜨는 여인, 1823년, 바실리 트로피닌, 캔퍼스 유채, 4.7×59.3cm, 트레차코프 미술관, 모스크바 ​ 황금 자수를 놓는 여인, 1826년, 바실리 트로피닌 (1776~1857), 캔버스에 유채, 81.3×63.9cm, 트레차코프 미술관, 모스크바 ​ 바실리 트로피닌의 소녀들 ​ 눈이 예쁜 소녀들이 우릴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일하던 손을 멈추고 얼굴을 돌려 부드럽고 다정다감한 눈빛을 보낸다. 그리고 자기에게서 시선을 떼지 말라고 속삭인다. ​ 눈빛은 소리 없이 표현되는 최상의 언어다. ​ 잘 익은 복숭아 볼에 분홍빛 생기를 넣고, 예쁘게 부풀어 오른 입술에 살짝 붉은빛을 물들이며, 미소 짓는 도툼한 입매에 새침함을 덧칠하고, 적당히 솟은 콧날로 얼굴 전체에 귀품을 입힌다. 매끈한 소녀의 ..

마지막 꽃들이 더 소중하네

스타니슬라프 바흐발로프 / 여름 꽃 2019년, 85×90cm, 캔버스에 유채 마지막 꽃들이 더 소중하네 / 알렉산드르 푸쉬킨 마지막 꽃들이 더 소중하네 들판에 화려한 첫 꽃들보다도 우리 가슴에 우울한 생각들을 더 생생하게 일깨우는 마지막 꽃들 그렇게 간혹 이별의 순간은 더 생생하네, 달콤한 만남의 순간보다도 알렉산드르 푸쉬킨 (러시아 시인, 소설가, 극작가, 1799~1837)

마법의 묘약, 바쿠스 / (러시아 그림 이야기)

마법의 묘약, 바쿠스 / 표도르 부르니 19세기 러시아 화가 브루니가 그린 (바쿠스)는 술 잘 마시는 러시아 사람들의 열성을 잘 표현 하고 있는 그림이다. 수 세기를 거쳐 수많은 애주가 팬을 확보한 술의 신 바쿠스! 브루니의 바쿠스는 반쯤 풀린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입꼬리를 살짝 올려 끈적한 눈빛을 보낸다. "포도주 한잔할래?" 이미 무르익은 바쿠스의 취기와 왼손에서 흘러 내리는 포도주가 너무도 사실적이다. 모스크바 트레차코프 국립 미술관 한 벽면을 장식 하며 많은 애주가의 술샘을 자극하는 브루니의 아주 짜릿한 그림이다. 정말로 바쿠스의 끈적한 눈빛에 화답하며 흘러 넘치는 포도주 한 잔에 "치어스"를 살며시 외치고 싶어진다. 하지만 진정한 러시아 주당들은 그림 속 바쿠스를 쳐다보며 안타까이 중얼거린다. "..

불평등한 결혼 / 바실리푸키레프

"행복한 결혼생활에서 중요한 건 서로 얼마나 잘 맞는가 보다 다른 점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가이다" 라고 톨스토이는 말했다. 그렇게 서로에게서 부족한 것을 채워가는 것이 올바른 결혼생활이다. 누구도 처음부터 모든 걸 갖추고 결혼 생활을 시작할 수는 없다. 특히 물질을 채우면 사랑도, 행복도 가득할 거라 착각하며 서로의 조건 맞추기에 급급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살다 보면 알게 된다. 부부간의 사랑이 아니 다른 목적으로 결혼을 하면 결국 그 다른 무엇이 발목을 잡는다. 19세기 러시아 또한 돈과 권력을 물물교환하며 결혼을 완성시키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싸움터에 나갈 때에는 한 번 기도하라, 바다에 나갈 때는 두 번 기도하라, 그리고 결혼을 할 때는 세 번 기도하라" 라고 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