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푸른언덕 22

달항아리 / 권갑하

그림 / 서희경​​​​달항아리 / 권갑하-엄마달​​엄마~하고 부르면금방 달려나오실 듯​정든 집지붕 위로둥근 달이 떠오른다​추억은낡고 삭아도변함없는 엄마달​......................................................................................................​​​달항아리 / 권갑하-포용​​삶이 무거울 땐속 숨 크게 고르고​가만히 가슴 열고숨결 깊이 품어보면​없는 듯흐르는 눈물내 안 깊이 번지리​​​​마음꽃 달항아리 / 권갑하 달항아리 연작 단시조집 ​​​​​​

벨 에포크*

벨 에포크* -미셸 들라크루아전 / 이 효​​​네모난 세상에 눈이 내린다전쟁은 하늘에 회색 눈썹을 단다총 든 사람은 세상을 맹수로 그리지만미셸은 붓으로 평화를 그린다 당신의 인생 중 가장 아름다운 시절언제였나화가는 강아지로 행복을 싸인한다유년의 크리스마스는 초록 스카프를 매고 춤을 춘다 파리의 백 년 전 모습은명암으로 외투를 벗는다풍차는 돌며 세상 그림자를 지우고마차 밖 키스는 양산을 쓴다 노을을 들추면 늙은 화가의 그믐달이 나온다녹아내리는 시간 앞에서 붓을 잡는다 누가, 마지막 정거장에 봄을 켜주실래요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뜻하는 프랑스어​​​​시집 / 장미는 고양이다​​​

고창에서 / 이 효

그림 / 김지수 고창에서 / 이 효 산이 오랜 숨 내쉰다저 멀리, 구름 한 점시간을 머금고 다가온다 마음을 훌렁 벗어구름 위에 눕히니청춘은 꽃잎처럼스며들고 흩어진다 스치는 손끝잡힐 듯, 잡히지 않는말 없이 떠난 K의 숨결저 하늘에 잔향으로 번진다 인연은 붙잡을수록 사라지고흘려보낼수록 깊어진다 바람이는 산사, 산이 울고 하늘이 물든다

카테고리 없음 2025.08.06

나트랑 가다 / 이효

그림 / Galina Lintz 나트랑 가다 / 이효 구름은 여행자의 꿈을 싣고비행기 의자는 고단한 하루를 눕힌다 바다를 건너온 지친 마음은잠시 유실물 보관소에 맡긴다 오후 3시로 기운 낯선 풍경코를 세운 비행장의 이국적 내음 저녁을 먹고 찾아간 베트남 재래시장 유순한 망고는 노란 겉옷을 벗고 나트랑의 향기를 움켜잡는 바나나는 손을 펼쳐 악수를 청한다 잡을까 말까하기야 인생 노랗게 익었으면 그만이지 모국어는 타국에서도 귓전에 꽂힌다“천 원이요” “천 원” 호주머니에서 꺼낸 구겨진 화폐퇴계 이황의 얼굴이 슬픈 저녁이다

수국 편지 마당 / 이 효

그림/ 김태현수국 편지 마당 / 이효마당 한편에 아침을 베어 물고 아버지 유서처럼 정원에 한가득 핀 수국 직립의 슬픔과 마주한 자식들 엄니 업고 절벽의 빗소리 젖은 꽃잎 떨어지는 소리마다 짙어지는 어둠의 경계 혓바닥 마르고 주머니 속 무게 마른 나뭇잎 같아도 샘물처럼 퍼주며 살아라 바람에 날리는 수국 편지 맑다이효 시집 / 당신의 숨 한 번

매미 / 이 효

그림 / 조희승​​​매미 / 이 효​​​목이 찢어지게 우는 그늘이 없는 배경벗고 또 벗은 여름은 뜨거운 13평 캄캄한 진흙 속, 날개의 불협화음가난의 살 떨림은 무죄다 임대 아파트를 뚫고 나온 본능날개에 기생하는 대출이자 울음은 뼈가 드러난 7월의 비명고열을 앓는 아스팔트 위, 허물 벗은 죽음 하나 지나가는 사람들 발밑에 매달린 무례한 귀발소리, 숨소리 사라진 무채색이다 ​​​​​​이효 시집 / 장미는 고양이다​​

숲에 서다 / 이 효

​​숲에 서다 / 이 효​​ 이른 아침 숲에 든다 테크론보다 질긴 생명력을 지닌 칡넝쿨 ​오르고 또 올라서 넝쿨 아래 나무들 한 조각의 빛 눅눅해진다 푸른 투망에 갇힌 나무들 ​힘 있는 자여 절망의 잎 덮지 말아라 햇살은 누군가에게 지푸라기 같은 양식이다 ​숲에서 나오는 길 내 신발 밑에도 칡꽃이 가득 묻었다 ​​숲은 내게 살아있는 경전이다​​​이효시집 / 당신의 숨 한 번

내려 놓는다 / 이영광

내려 놓는다 / 이영광 역도 선수는 든다 비장하고 괴로운 얼굴로 숨을 끊고일단은 들어야 하지만 불끈 들어올린 다음 부들부들 부동자세로 버티는 건 선수에게도 힘든 일이지만 희한하게 힘이 남아돌아도 절대로 더 버티는 법이 없다 모든 역도 선수들은 현명하다내려놓는다 제 몸의 몇배나 되는 무게를조금도 아까워하지 않고 텅! 그것 참 후련하게 잘 내려놓는다 저렇게 환한 얼굴로이영광 시인 고려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1998년 신인문학상 "빙의" 당선2003년 첫 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