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하루 시 필사

2025 경상일보 신춘문예

푸른 언덕 2025. 2. 13. 16:14

백야 / 원수현



백야 / 원수현


창을 하나 갖고 싶다고 말했다
아주 작아서 내 눈에만 보이는 창을

사람들은 으레 그랬듯 그저 스쳐 지나갈 것이고
나는 그 작은 곳에 눈을 대고 밖을 보기로 했어

틈 사이로

가진 것들이 보였다 너무도 많고 때로는 아무것도 없고
많아서 우는 사람들
없어서 우는 사람들
우리 모두는 이렇게 불행함을 하나씩 눈에 넣었지

이곳을 떠나면 행복해질 거라는 사람들
그들은 지금 어디에?

빙하를 뚫고 도달한 곳이 빙하라니요!
그곳도 돌았다 빙글빙글 꼭짓점도 결국에는

그대는 미치어 있는가
그대는 미쳐 있던가

아 다르고 어 달라서 우리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아프리카의 한 부족은 뱀을 피해 장대에 올라간다고 했다
점점 더 길어지는 그림자들

우리의 그림자가 세상을 덮을 때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깨진 창문을 다시 기우는 사람이 있었다



'문학이야기 > 하루 시 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들국 / 김용택  (0) 2020.10.28
희망에 부딪혀 죽다  (0) 2020.09.03
선잠  (0) 2020.08.13
바다 위를 걷는 것들  (0) 2020.08.10
세월이 가면  (0) 2020.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