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맨발의 시월 / 이효

푸른 언덕 2025. 9. 29. 07:21

 

 

 

 

 

맨발의 시월

                                         이 효



자유분방한 동거는 끝난 것인가


초록으로 엉겨 붙었던 뜨거운 알몸은 가고
가을은 시간이 벗어놓은 꽃신으로 온다


언약은 여자의 눈동자 속에서 시들고
주소를 잃어버린 쓸쓸한 나뭇잎들


가을비는 발가락 사이, 단조로 스며들고
나무에 매달린 열차표 한 장 푸르륵 떤다


붉은 치맛자락을 뚫고 지나가는 바람
바람을 잡는 것은 사랑이다 아니다


나뭇가지의 사라진 춤사위가 너다
뚝, 뚝 바닥에 뒹구는 상념들


맨발의 시월, 나는 숲에서 사랑을 잃고
가을밤을 해금 소리로 노랗게 물들인다


다시는 숲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한여름을 보낸 가을도 나처럼 벌겋게 운다




<이효 약력>

2020년『신문예』2025년『미네르바』신인상

인사동시인협회 부회장,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노원문인협회 회원

5회 아태문학상 수상, 1회 서울시민문학상

24회 황진이문학상 본상, 1회 단테문학상 본상

시집 『당신의 숨 한 번』『장미는 고양이다』



출처 /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사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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