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엔딩 / 이 효 그림 : 김 정 수 벚꽃 엔딩 / 이 효 마음에 몰래 사랑을 품은 게 무슨 죄라고 꽃잎 저리도 붉은가요 지난밤에 봄비 내리더니 흥건히 젖은 마음 붉게 호수에 펼쳐 놓았군요 머물지 못할 사랑이라면 구름으로 나룻배 띄워 소리 없이 떠나시구려 만개한 벚꽃은 꿈결 같았다. 간밤에 봄비 내리더니 춤추며 떨어지는 꽃잎들~ 단 며칠만의 달콤한 사랑이었지만 내 평생 살아가는 동안 뜨거운 사랑 마음에 한 장 걸어놓고 살아가렵니다. 문학이야기/자작시 2021.04.04
아쉬움 / 용 혜 원 그림 : 권 영 애 아쉬움 / 용 혜 원 살다 보면 지나고 보면 무언가 부족하고 무언가 허전하고 무언가 빈 듯한 아쉬움이 있다 아, 그랬구나 그랬었구나 그때 그러지 말고 잘할걸 하는 후회스런운 마음이 생긴다 마음으로 느끼지 못하다가 지나고 나면 떠나고 나면 알 것 같다 그런 아쉬움이 있기에 우리의 삶은 그만큼의 그리움이 있다 그만큼의 소망이 있다 그만큼의 사랑이 있다 시집 : 용혜원의 그대에게 주고 싶은 나의 시 문학이야기/명시 2021.03.22
배를 매며 / 장 석 남 그림 : 김 복 동 배를 매며 / 장 석 남 아무 소리도 없이 말도 없이 등 뒤로 털썩 밧줄이 날아와 나는 뛰어가 밧줄을 잡아다 배를 맨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배는 멀리서부터 닿는다 사랑은 호젓한 부둣가에 우연히, 별 그럴 일도 없으면서 넋 놓고 앉았다가 배가 들어와 던져지는 밧줄을 받는 것 그래서 어찌할 수 없이 배를 매개 되는 것 잔잔한 바닷물 위에 구름과 빛과 시간과 함께 떠 있는 배 배를 매면 구름과 빛과 시간이 함께 매어진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사랑이란 그런 것을 처음 아는 것 빛 가운데 배는 울렁이며 온종일을 떠 있다 시집 :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사랑이 시작되는 과정을 배를 매는 것에 빗대여서 표현한 작품이다. *장석남 약력 19.. 문학이야기/명시 2021.03.01
부치지 않은 편지 / 정 호 승 김 민 정 부치지 않은 편지 / 정 호 승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의 자유를 만나 언 강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흘러 그대 잘 가거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 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 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 정호승 시집 : 내가 사랑하는 사람 문학이야기/명시 2021.01.06
꽃의 이유 / 마 종 기 꽃의 이유 / 마 종 기 꽃이 피는 이유를 전에는 몰랐다. 꽃이 필 적마다 꽃나무 전체가 작게 떠는 것도 몰랐다. 꽃이 지는 이유도 전에는 몰랐다. 꽃이 질 적마다 나무 주위에는 잠에서 깨어나는 물 젖은 바람 소리. 사랑해 본 적이 있는가. 누가 물어 보면 어쩔까. *마종기 시집 : 그 나라 하늘빛 문학이야기/명시 2020.12.08
경춘선 숲길, 혼자 뜨겁게 오래된 철로 위 낙엽이 눕는다. 나뭇잎들은 떠나고 싶어 한다. 찬비는 낙엽 소리를 잠재운다. 자전거길 홀로 마음을 다독여본다. 떠나는 사람도, 남는 사람도 말이 없다. 구름으로 작별 인사를 쓴다. 손 흔드는 갈대도 속울음 참는다. 눈부시게 왔다가, 잔잔하게 떠나는 가을 기차가 떠날 시간을 정적 소리로 알려준다. 시끄러웠던 여름도, 가을도 빈 의자로 남는다. 눈물은 떨어져 붉은 열매로 앉는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등불도 마음을 끈다. 헤어진다는 것은 곧 그리움이다. 시간이 죽기까지 돌면 별이 되어 오겠지. 눈물 괸 눈짓으로, 혼자 뜨겁게 사랑했다 말한다. 오, 가을이여~ 안녕 뚜벅이 이야기2/걷기 좋은 길 2020.11.29
가을 엽서 / 안도현 가을 엽서 /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문학이야기/명시 2020.11.12
사랑의 물리학 (상대성 원리) / 박 후 기 사랑의 물리학 (상대성 원리) / 박후기 나는 정류장에 서 있고 정작 떠나보내지 못한 것은 내 마음이었다 안녕이라고 말하던 당신의 일 분이 내겐 한 시간 같았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생의 어느 지점에서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당신은 날 알아볼 수 없으리라 늙고 지친 사랑 이 빠진 턱 우물거리며 폐지 같은 기억들 차곡차곡 저녁 살강에 모으고 있을 것이다 하필, 지구라는 정류장에서 만나 사랑을 하고 한 시절 지지 않는 얼룩처럼 불편하게 살다가 어느 순간 울게 되었듯이, 밤의 정전 같은 이별은 그렇게 느닷없이 찾아온다 ♡시집 2009 창비 시인 약력 *1968년 경기도 평택 출생 *2003 등단 *시집: 종이는 나무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 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 격렬비열도 엄마라는 공장 아내라는 감.. 카테고리 없음 2020.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