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심장 13

제 눈을 꺼 보십시오 / 릴케

그림 / 이르고 베르디쉐프 (러시아) ​ ​ ​ 제 눈을 꺼 보십시오 / 릴케 ​ 제 눈을 꺼 보십시오. 그래도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제 귀를 막아 보십시오. 그래도 당신을 들을 수 있습니다. 다리가 없어도 당신에게 갈 수 있으며 입이 없어도 당신에게 청원할 수 있습니다. 저의 팔을 꺾어보십시오. 손으로 하듯 저는 저의 심장으로 당신을 붙잡습니다. 저의 심장을 멎게 해보십시오. 저의 뇌가 맥박칠 것입니다. 당신이 저의 뇌에 불을 지피면 저는 저의 피에 당신을 싣고 갈 것입니다. ​ ​ *1901 순례자 / ​ ​ ​

석류 / 복 효 근

그림 / 김 정 수 ​ ​ ​ 석류 / 복 효 근 ​ ​ 누가 던져놓은 수류탄만 같구나 불발이긴 하여도 서녘 하늘까지 붉게 탄다 네 뜰에 던져놓았던 석류만한 내 심장도 그랬었거니 불발의 내 사랑이 서천까지 태우는 것을 너만 모르고 나만 모르고.... 어금니 사려물고 안으로만 폭발하던 수백 톤의 사랑 혹은 적의 일지도 모를 ​ ​ ​ ​ 복 효 근 * 1962년 전라북도 남원 출생 * 1988년 전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졸업 * 1991년 계간 『시와시학』으로 등단 * 시집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버마재비 사랑』 『새에 대한 반성문』 『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 『목련꽃 브라자』 『마늘촛불』 『따뜻한 외면』 『꽃 아닌 것 없다』 ​ ​ ​ ​ ​

홀로 새우는 밤 / 용 혜 원

그림 : 김 정 수 홀로 새우는 밤 / 용 혜 원 홀로 새우는 밤 세상 바다에 나뭇잎새로 떠 있는 듯 아무리 뒤척여 보아도 어둠이 떠날 줄 모르고 나를 가두어 놓았다 혼자라는 고독을 느낄 나이가 되면 삶이란 느낌만으로도 눈물만으로도 어찌할 수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함께할 수 있는 이 있어도 홀로 잠들어야 하는 밤 시계 소리가 심장을 쪼개고 생각이 수없이 생각을 그려낸다 밤을 느낄 때 고독을 느낀다 벌써 밤이 떠날 시간이 되었는데 내 눈에 아직 잠이 매달려 있다 시집: 용혜원의 그대에게 주고 싶은 나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