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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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없는 앵무새 / 이효

푸른 언덕 2024. 12. 25. 05:58


날개 없는 앵무새 / 이효



아침마다 지하철을 타는 남자
파스만 한 카드를 댄다

앵무새가 낡은 가방을 마중 나온다

행복하세요 띡
낡은 등산복이 지나간다
행복하세요 띡
김밥 한 줄 든, 검정 비닐봉지 간다
행복하세요 띡

허공에 무수하게 뿌려진 마른 말들
도시는 절망을 버릴 시간도 없다

행복은 허공에 썰물로 빠져나가는데
날개도 없는 앵무새여! 잠잠하라

지하철 게이트를 지나는 순간
수천 마리의 심장 없는 앵무새 목소리

행복하세요 띡
행복하세요 띡 띡
행복하세요 띡 띡 띡



이효 시집 / 장미는 고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