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정도나
숟가락을 놓다 / 이 효
낡은 부엌문 바람이 두들기는데
빈 그릇에 바람 소리 말을 더듬고
장작으로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둥근 밥상에 수저 두 개 올려놓고
비린내 나는 생선을 굽는다
할머니 나물 팔던 손으로
부엌문 활짝 열어 놓았다
바람은 잠시 단추를 채우고 나간다
그림자 된 춥고 외로운 사람들
쓰러진 술병처럼 몸이 얼었다 녹는다
산산이 발려진 생선 가시의 잔해들
무표정한 가시를 모아 땅에 묻는다
상처 난 것들 위로 첫눈이 내린다
사랑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위해
부엌에 온기를 넣는 것
이효 시집 / 당신의 숨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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