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묵과 어머니 / 이효

푸른 언덕 2024. 12. 25. 22:30




묵과 어머니 / 이효


간병인이 사라진 날
척추가 불안한 어머니 집
딸만 보면 묵을 쑨다

수직 궤도 벗어난 꼬부라진 허리
싱크대에 매달려 추가 된다

끈끈한 묵
나무 주걱으로 세월만큼 휘젓는다
불 줄여라
엄마의 잔소리는 마른 젖
오래 저어라
끈기 있게 살라는 말씀 쫀득하다

어머니 묵 그릇 같은 유언
눈동자에 싸서 집으로 가져온다
풀어보니 검게 탄 일생이 누워 있다
입안에서 엄마 생각이 물컹거린다


이효 시집 / 당신의 숨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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