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안부를 묻지 않아도 / 박 순 그림 / 이수아 우린 안부를 묻지 않아도 / 박 순 밤새, 먼지 뒤집어쓰며 가슴 움켜쥐며피 토하며 돌렸던 기계들소주잔 기울이며 신라면 안주 삼아가는 곡소리에내 숨통을 조였다고왜 벌써 가냐고 주먹을 허공에 휘두른다앙다문 입술오른쪽으로 기울인 어깨화장化粧 못해 새까만 얼굴로 누워있던 그 사람불편한 진실에 고개 흔들던 그 밤난 왜 모르고 살았을까한파가 몰아친다 시집 / 바람의 사원 문학이야기/명시 00:40:25
시가 흐르는 냇물" 제36화 (이효 시인편/낭송,유미숙) "시가 흐르는 냇물" 제36화 (이효 시인편/낭송,유미숙) 진행/민은선 - https://youtube.com/watch?v=2BI2nU3bzy4&si=_AEwK7O1EM5EP8Xy 문학이야기/자작시 2025.02.14
당신의 금은 괜찮은지요 / 이효 그림 / 이석보당신의 금은 괜찮은지요 / 이효초등학교 3학년 5반, 반이 바뀌고가슴이 콩닥거릴 시간도 없이 순간, 내 생애 최초로 받은 경계선 칼로 그은 직선 하나 앞에 무참하게 잘려나간 지우개 하나어른이 되어서도 가슴에 금이 남아있다 선배 주선으로 나간 미팅잘 생긴 청년이 신청한 애프터가슴이 콩닥거렸지만 선을 그었다 그놈이 바로 그 자리에 나왔다 저울로 달아 돌려보낸 거절의 선 그런 내게 어머니는 호미로 선을 그으며꽃씨를 뿌리고 물을 주셨다 사람들은 가슴속에 저마다 지워야 할 금이 있다이효 시집 / 장미는 고양이다 문학이야기/자작시 2025.02.14
2025 경상일보 신춘문예 백야 / 원수현백야 / 원수현창을 하나 갖고 싶다고 말했다아주 작아서 내 눈에만 보이는 창을사람들은 으레 그랬듯 그저 스쳐 지나갈 것이고나는 그 작은 곳에 눈을 대고 밖을 보기로 했어틈 사이로가진 것들이 보였다 너무도 많고 때로는 아무것도 없고많아서 우는 사람들없어서 우는 사람들우리 모두는 이렇게 불행함을 하나씩 눈에 넣었지이곳을 떠나면 행복해질 거라는 사람들그들은 지금 어디에?빙하를 뚫고 도달한 곳이 빙하라니요!그곳도 돌았다 빙글빙글 꼭짓점도 결국에는그대는 미치어 있는가그대는 미쳐 있던가아 다르고 어 달라서 우리 마음먹기에 달렸다고아프리카의 한 부족은 뱀을 피해 장대에 올라간다고 했다점점 더 길어지는 그림자들우리의 그림자가 세상을 덮을 때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깨진 창문을 다시 기우는 .. 문학이야기/하루 시 필사 2025.02.13
바람의 사원 / 박 순 바람의 사원 / 박 순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나는 몰랐다구부러진 길을 갈 때 몸은 휘어졌고발자국이 짓밟고 지나간 자리에는 꽃과 풀과 새의 피가 흘렀다바람이 옆구리를 휘젓고 가면돌멩이 속 갈라지는 소리를 듣지 못했고바람의 늑골 속에서 뒹구는 날이 많았다바람이 옆구리에 박차를 가하고 채찍질을 하면 바람보다 더 빨리 달릴 수밖에 없었다질주본능으로 스스로 박차를 가했던 시간들옆구리의 통증은 잊은 지 오래일어나지 못하고 버려졌던검은 몸뚱이를 감싼 싸늘한 달빛그날 이후내 몸을 바람의 사원이라 불렀다 시집 / 바람의 사원 문학이야기/명시 2025.02.07
루주가 길을 나선다 / 이 효 루주가 길을 나선다 / 이 효잊혀진 한 사람이 그리울 때 안부는 붉다 시작과 끝은 어디쯤일까 헤어질 때, 떨어진 저 침묵 루주가 진해질수록 그리움의 변명은 파랗다 인연은 호수에 배를 띄워 다가가는 것 거울 앞 침침한 시간들 부러진 루주 끝에도 심장은 뛴다 내가 먼저 길을 나서는 것은 슬픔과 후회가 거기 있기 때문 운명을 바른다이효 시집 / 장미는 고양이다 문학이야기/자작시 2025.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