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그만 내려놓으시오 / 공광규

푸른 언덕 2022. 9. 30. 17:42

 

그림 / 이율

 

 

 

 

 

그만 내려놓으시오 / 공광규

 

 

 

인생 상담을 하느라 스님과 마주 앉았는데

보이차를 따라놓고는

잔을 들고 있어 보라고 한다

 

작은 찻잔도 오래 들고 있으니 무겁다

 

그만 내려놓으시오

찻잔을 내려놓자

금세 팔이 시원해졌다

 

절간을 나와

화분에 담겨 시든 꽃을 매달고 있는 화초와

하수가 고여 썩은 개천을 지나오는데

 

꽃은 화려함을 땅에 내려놔야 열매를 얻고

물은 도랑을 버려야 강과 바다에 이른다는 말씀이

내 뒤를 따라온다

 

 

 

 

*공광규 시집 / 파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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