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170

늦은 오후에 / 이 효

그림 : 김 정 수 ​ ​ 늦은 오후에 / 이 효 ​ 수국의 환한 미소를 꺾어 유리잔에 꽂아 놓았다 내 사랑을 저울에 올려보니 눈금이 울고 있다 ​ 마음에 이름을 담아 너를 안아보았지만 은빛 물결처럼 얇은 내 마음 투명 유리잔에 비친다 ​ 창틈으로 들어오는 빛 붉은 수국은 몸을 기댄다 미소를 꺾어버린 나는 종일 네 그림자 곁을 맴돈다 ​ 환한 미소는 초록 날개를 달아줄 때 더욱 곱게 피어오른다는 것을 너무 늦은 오후에 알았다

미얀마의 봄 / 이 효

그림 : 김 정 수 ​ ​ 미얀마의 봄 / 이 효 ​ 목련이 피기도 전에 떨어진다 수북이 떨어진 꽃잎 밟지 마라 누군가 말한다 꽃잎이 떨어진다고 뭐가 달라지나 ​ 붉은 핏방울 땅을 흥건히 적신다 자유를 향한 목소리 총알을 뚫는다 치켜올린 세 개의 손가락 끝에 파란 싹이 솟아오른다 ​ 밤새도록 울부짖던 어머니의 기도 붉은 등불로 뜨겁게 타오른다 오늘 밤에도 미얀마의 봄을 위해 타오르다 떨어지는 젊은 영혼들 ​ 잔인한 4월의 봄은 붉은 목련에 총알을 박는다 그래도 봄은 다시 온다. ​ ​ ​ 미얀마의 소식이 뉴스를 통해서 전해진다. 젊은 청년들을 비롯해서 어린아이들까지 목숨을 잃고 있다. 미얀마 국민들은 군부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매일 벌이고 있지만 군경은 선량한 국민들을 폭도로 규정하고 무력으로 민가에 ..

벚꽃 엔딩 / 이 효

그림 : 김 정 수 ​ 벚꽃 엔딩 / 이 효 ​ 마음에 몰래 사랑을 품은 게 무슨 죄라고 꽃잎 저리도 붉은가요 지난밤에 봄비 내리더니 흥건히 젖은 마음 붉게 호수에 펼쳐 놓았군요 머물지 못할 사랑이라면 구름으로 나룻배 띄워 소리 없이 떠나시구려 ​ 만개한 벚꽃은 꿈결 같았다. 간밤에 봄비 내리더니 춤추며 떨어지는 꽃잎들~ ​ 단 며칠만의 달콤한 사랑이었지만 내 평생 살아가는 동안 뜨거운 사랑 마음에 한 장 걸어놓고 살아가렵니다. ​

혼자 부르는 노래 / 이 효

그림 : 김 정 수 ​ ​ 혼자 부르는 노래 / 이 효 ​ 야자수는 혼자 노래 부른다 외딴섬에서 수평선 넘어 고향은 흐린 흑백 사진 ​ 하루 종일 숲에서 고독의 색과 소리를 찾는다 마음 밭에 붉은 불길이 고향을 향해서 일어선다. ​ 비가 그친 맑은 오후 숲은 한 방울의 눈물로 푸른 옷을 갈아입는다 기억의 장소로 떠날 준비를 한다 ​ 섬과 섬 사이 뼈마디로 다리를 놓는다 ​ 혼자 출렁이는 깊은 물결 그리움은 강물처럼 구름이 된다 ​ 야자수는 혼자 노래를 부른다. 나뭇가지로 석양에 쓰는 편지 슬프지만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

창문 앞에 / 이 효

그림 : 김 정 수 ​ ​ 창문 앞에 / 이 효 ​ 텅 빈 마음이 싫어 창문 앞에 꽃을 내어 놓는다 창문 앞에 꽃을 내어 놓는 것은 나의 마음을 여는 것 ​ 세상이 온통 흑백 사진 같을 때 나는 매일 아침 창문 앞에 꽃을 내어 놓는다 세상 사람들 미소가 하늘에 맑은 구름처럼 걸릴 때까지 ​ 이제껏 사는 게 너무 바빠서 창문 앞에 꽃 한 송이 변변히 내어 놓지 못했다 창문 앞에 꽃을 내어 놓는다는 것은 세상을 향해 손을 흔드는 일 ​ 창문 앞에 꽃을 내어 놓는 일은 마음에 별을 하늘에 거는 일이다 ​

축하해 주세요. ^^

​ 블로그 이웃 여러분! 오랜 꿈이었던 등단 소식 전합니다. 신문예 잡지에서 시부문 신인상 받았습니다.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를 회상하는 나침판 외 2편으로 신인상을 받았습니다.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앞으로 더욱 열심히 전진하라는 회초리로 생각하고 자만하지 않겠습니다. 그동안 함께 글벗 해주신 이웃 님들께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 몇 자 적었습니다. ​ ​ ​ ​

수국 형제 / 이 효

그림 : 김 정 수 ​ ​ ​ 수국 형제 / 이 효 ​ 마당 한편에 동자승 닮은 수국이 피었다 하늘길 따라가신 아버지 마당에 달덩이 닮은 수국 남겨 놓으셨다 ​ 아버지 살아생전 몰랐다 붉은빛으로 핀 수국 하얀 빛으로 핀 수국 서로의 뒷모습만 바라보는 형제들 ​ 어머니가 쓰러진 그날 삼 형제는 함께 비를 맞으며 어머니를 업고 달렸다 둥근 우산 닮은 수국들 처음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 아버지 얼굴 닮은 수국들 어쩌면 아버지의 마지막 편지 소낙비가 내려도 머리 맞대고 살아라 잃은 것이 있어도 웃으면서 살아라 은은한 향기 서로 보태며 살아라 ​ 아버지의 마지막 편지가 마당 한가득 피었다.

봄비 내리는 날 / 이 효

그림 : 김 정 수 봄비 내리는 날 / 이 효 봄비가 내리는 날 너는 나에게로 와서 함박꽃이 되었고 나는 너에게로 가서 달 항아리가 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집이 되었다 이제는 지울 수 없는 너의 얼굴 그토록 눈부신 사랑이 거짓이라 해도 푸른빛으로 내게 온 너를 달빛으로 품은 나를 용서한다 너의 푸르른 얼굴을 매일 아침 가난으로 바라볼지라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봄비마다 입맞춤했기 때문이다 너는 눈부신 물빛으로 내게 번진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