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수국 형제 / 이 효

푸른 언덕 2021. 2. 25. 02:39

그림 : 김 정 수

수국 형제 / 이 효

마당 한편에

동자승 닮은 수국이 피었다

하늘길 따라가신 아버지

마당에 달덩이 닮은 수국

남겨 놓으셨다

아버지 살아생전 몰랐다

붉은빛으로 핀 수국

하얀 빛으로 핀 수국

서로의 뒷모습만 바라보는 형제들

어머니가 쓰러진 그날

삼 형제는 함께 비를 맞으며

어머니를 업고 달렸다

둥근 우산 닮은 수국들

처음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버지 얼굴 닮은 수국들

어쩌면 아버지의 마지막 편지

소낙비가 내려도 머리 맞대고 살아라

잃은 것이 있어도 웃으면서 살아라

은은한 향기 서로 보태며 살아라

아버지의 마지막 편지가 마당 한가득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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