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김 정 수
봄비 내리는 날 / 이 효
봄비가 내리는 날
너는 나에게로 와서 함박꽃이 되었고
나는 너에게로 가서 달 항아리가 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집이 되었다
이제는 지울 수 없는 너의 얼굴
그토록 눈부신 사랑이 거짓이라 해도
푸른빛으로 내게 온 너를
달빛으로 품은 나를 용서한다
너의 푸르른 얼굴을 매일 아침
가난으로 바라볼지라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봄비마다 입맞춤했기 때문이다
너는 눈부신 물빛으로 내게 번진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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