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장미역 4번 출구

푸른 언덕 2021. 2. 2. 21:46

그림 : 김 정 수

 



장미 역 4번 출구 / 이 효

울음이 검은 잎 뒤로 숨을 때
친구의 붉은 장미꽃 한 바구니
정오 같은 미소로 겹겹이 내게로 왔다
지난밤 꿈에서 길을 잃은 내게
장미의 환한 미소는 하늘처럼 열렸다

가랑잎 한 장처럼 떨고 있는 내게
장미 꽃잎으로 징검다리 놓아 주었다
세상이 마지막 남은 사랑을 빼앗아가
절망 가운데 무너질 때
장미꽃은 별처럼 나를 위로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공포가
절벽처럼 크게 느껴질 때
눈에서는 붉은 눈물도 마르더라
내 무너지는 마음을 가시로 찔러 주었지
정신 차리라 했다 모질게 살라 했다


친구는 내게
장미 역 4번 출구를 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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