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내레이션 / 이효

그림 / 김지수내레이션 / 이효 천년을 앞산과 눈 맞춤하더니 여자는 꽃으로 타들어 간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얼마일까누군가 일 년을 기다리지 못한 사랑 수없이 벙긋거린 입들 밤마다 별을 보고 달을 보았을 가슴속에 꾹꾹 누른 천년 붉게 달덩이 피어오른 불암산 서로의 가시를 눈 안에 앉히는 가시가 녹아 꽃봉오리 펼치는 서로의 강에 비춰보는 온몸으로 전하는 4월의 환희 이효시집 / 당신의 숨 한 번

자작시 2026.02.17 1

피가 피다 / 김혜순

그림 / 박정자피가 피다 / 김혜순 재봉틀 바늘처럼 따라오는 빗줄기를 피해 달아나다가모퉁이 돌아 몸속에서 붉은 벽돌을 꺼내 담 쌓아가다가 가로등이 따끔따끔 켜지며 쫓아오면 더 힘껏 달아나다가 마음 급한 매미들이 길을 썰어대는 소리 귀 기울여 듣다가 발목에 쥐날 때처럼 저 멀리 빌딩의 창문들이 환하게 켜지면 빨간 콧구멍 흰 고양이가 담장 밑으로 코피를 떨어뜨리는 것 바라보다가 광목 한 필 펼친 것 같은 희디흰 담장에 빨갛게 맺히다가 바늘이 몸 안으로 들어갔다가 실핏줄을 끌고 다시 나오면 혈관이 부풀어 솟구치고 한 송이 두 송이 참지 못하다가 땀구멍마다 앗 따가 앗 따가 가시가 따라 나오다가 흰 고양이의 입속에 머리를 빼앗긴 어린 새 한 마리 내 손에 들린 작고 붉은 심장이 푸드덕거리다가 앞길이 구만리 장미..

하루 시 필사 2026.02.17 1

202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202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졸업반 / 김남주 우리는 술에 취해 무궁화무궁화 흙바닥에 선을 죽 그어놓고 꽃이 피었습니다 내가 술래,무궁화는커녕 나무 하나 없는 운동장에서 너희들은 내게 다가온다 한 발 두 발시치미를 떼며 나는 노래를 부른다 전주도 후렴도 없는 첫 소절이 마지막 소절인 그러니까 반복해서 불러야 해 노래가 끝나지 않도록놀이가 끝나지 않도록 한 소절이 노래의 전부가 되지 않도록노래보다는 구호에 가까운 한 문장을 우리는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집 안에는 우리가 없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뒤의 인기척무엇인가 오고 있다손가락과 손가락이 끊어지는 서늘함 우리들은 달린다우리가 그어놓은 출발선을 향해 저기서부터 출발이야,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는 울지 마 울지 마 우리를 괴롭히는 사람들을 모..

명시 2026.02.03 3

가장 낮은 몸짓 / 문영하

가장 낮은 몸짓 / 문영하등나무 그늘에 앉아등꽃 떨어진 곳을 바라본다느리게 느리게 기어가는애벌레 한 마리나를 찾아꿈속으로 기어오는 우리 아기배밀이다가장 낮은 곳에서가장 낮은 것이 세상을 향해온몸으로 돌진한다바로 저것이다벌레가 몸소 가르쳐 주는 세상 읽기등꽃 그늘에 앉아 나를 바라본다문영하 시집 / 네 시 반 창문 너머

명시 2026.01.09 3

맨발의 시월 / 이효

맨발의 시월 이 효자유분방한 동거는 끝난 것인가초록으로 엉겨 붙었던 뜨거운 알몸은 가고가을은 시간이 벗어놓은 꽃신으로 온다언약은 여자의 눈동자 속에서 시들고주소를 잃어버린 쓸쓸한 나뭇잎들가을비는 발가락 사이, 단조로 스며들고나무에 매달린 열차표 한 장 푸르륵 떤다붉은 치맛자락을 뚫고 지나가는 바람바람을 잡는 것은 사랑이다 아니다나뭇가지의 사라진 춤사위가 너다뚝, 뚝 바닥에 뒹구는 상념들맨발의 시월, 나는 숲에서 사랑을 잃고가을밤을 해금 소리로 노랗게 물들인다다시는 숲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라한여름을 보낸 가을도 나처럼 벌겋게 운다2020년『신문예』2025년『미네르바』신인상인사동시인협회 부회장, 국제PEN한국본부 회원한국문인협회 회원, 노..

자작시 2025.09.29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