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194

파란 담벼락에 (자작 시)

파란 담벼락에 / 이 효 나는 고운 빛깔이 있어 멀리 있는 사람은 아는데 가까이 있는 너는 모르네 나는 아름다운 향기가 있어 멀리 있는 사람은 아는데 가까이 있는 너는 모르네 내가 하늘을 쳐다보는 것은 너와 조금 떨어져 활짝 피고 싶은 거야 그럼 내 빛깔과 향기가 전해지겠지 코스모스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 파란 담벼락에 활짝 핀 꽃

가을 눈동자 (자작 시)

가을 눈동자 / 이 효 누이가 오려나? 마을 어귀에 노란 국화 켜놓았다 짧은 햇살에 동네 처녀들 치맛자락 들고 뛰노는데 서울로 돈 벌러 간 누이는 오지 않는다 햇살을 빨랫줄에 매달아 논다 깜박 졸고 있는 사이 해는 손가락 사이로 빠졌나간다 밤새도록 가을 나무에 떼울음 붉게 매달아 논다 노랗게 그리움 가지마다 속울음 익는다 이른 아침 먼저 마중나간 눈동자들 마을 어귀가 화안하다

무명 가수

무명 가수 / 이 효 가을 커튼이 오르고 어느 유명 가수는 테스를 목놓아 부른다 코스모스는 댄서를 자청하며 미친 듯이 춤을 춘다. 가을 커튼이 오르고 무명 가수 무대에 오른다. 홀로 덩그러니 서있는 무대가 휑하다. 그런 내가 안쓰러웠을까? 구름이 달려와 하얀 모자 씌운다 코스모스 꽃 귀걸이 달아준다 하늘이 파란 드레스 입혀준다 가을 언저리 모아 노래하란다 기적 소리는 울리고 인생 오후 기차에 끌려간다 무명가수 부끄러운 음색으로 붉은 가을 노래 부른다 코스모스 아가씨 노을 속으로 타들어간다 기댈 곳 없는 세상 수백수천 송이로 다시 피어올라 가녀린 몸 서로 엉켜 고운 시로 되살아난다.

보름달 (자작 시)

보름달 / 이 효 아침부터 보름달을 만든다. 하나는 당신을 위하여 또 하나는 나를 위하여 녹두를 갈아서 노란 달빛 띄우고 쌀가루 넣어서 끈적한 정붙인다 갓짜온 들기름 한 수저에 서운한 시간들 미끄러진다 젊은 날 사랑의 맹세 지키려고 뜨거운 프라이팬에서 지지고 볶고 노랗게 익었다 정월 대보름에 쌍둥이 달이 떴다 얼마나 긴 세월 마주했기에 저리도 닮았을까? 내 배 안에 보름달이 불룩하다 당신 배 안에 보름달이 불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