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170

돌짝밭 (자작 시)

돌짝밭 / 이 효 돌짝밭이 울었다 씨앗을 품었지만 세상 밖으로 나가기에는 머리를 짓누르는 돌이 무겁다. 흑수저는 울었다 꿈을 품었지만 세상 밖으로 나가기에는 삶을 짖누르는 돈이 무겁다. 내게 물을 주는 자 누구인가? 사람들이 절망을 말할 때 희망을 말하는자 모두가 끝을 말할 때 시작을 말하는 자 입안 한가득 붉은 고추장을 찍은 쌈이 파랗게 피어난다.

구름 ( 자작 시 )

구름 / 이 효 하늘은 푸른 은막 구름은 춤추는 무희 뻐꾸기 소리 장단 맞춰 북쪽 고향으로 흐른다 뒤늦게 핀 철쭉꽃 나도 함께 가련다 멀리서 들리는 바람 소리 구름 위로 철쭉 꽃 들어 올린다 붉은빛으로 물든 하늘 새색시 연분홍 치맛자락 서쪽 하늘에 펄럭인다 꿈이라도 좋다 한 번만이라도 구름 따라 고은 치맛자락 입고 하늘에서 돌아봤으면 좋겠다 오늘도 하늘을 올려다본다 뻐꾸기 소리 장단 맞춰 구름 따라 고향 가는 꿈을 꾼다. *살아생전에 북쪽 고향을 그리워 하셨던 아버님 생각이 나네요.

횡성호 (자작시)

횡성호 / 이 효 어젯밤 내린 비에 호수가 울고 있다. 멀리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에 호수는 눈물 거둔다 배시시 웃는 넓은 얼굴로 타지에서 오신 님에게 미소 짓는다. 호수는 나무들을 받아들여 옥색으로 물든다. 정녕 울어야 할 사람은 난데 세월에 쓰러진 소나무가 먼저 물에 들어간다. 울음을 참었더니 내 안에 깊은 호수 하나 생겼다 오늘 너처럼 누군가에게 호수를 내어준다.

눈먼 당신(자작 시)

눈먼 당신 / 이 효 유월이 오기 전에 나는 떠나야 하는데 겹겹이 쌓아 올린 꽃봉오리 지나가는 행인들 내 향기에 취할까 봐 담장 위로 달아납니다. 도시 사람들이 무심히 눌러대는 셔터 소리에 수많은 가시들 뽑아 마음 밭에 울타리를 두릅니다. 유월이 오기 전에 나는 떠나야 하는데 계절마다 당신을 위해 겹겹이 쌓아 올린 붉은 연정 태양 앞에 활짝 펼쳐 놓아도 보지 못하는, 눈먼 당신 안에서부터 터져버린 붉은 울음 하늘을 장밋빛으로 물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