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이되어 오시는 날 할머니 소원은 소학교 졸업하고 중학교 들어가는 것이었다. 전쟁과 찢어진 가난은 할머니 꿈도 말려버렸다. 책상 위에 덩그런한 연필 한 자루 할머니는 이름 석자 삐뚤빼뚤 쓰신다 일찍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밤마다 찬 바람 소리로 오신다. 할머니, 님자 한 번 배워보실래요. 요즘 아이들이 점하나 붙이면 남이래요. 버럭 화를 내시는 할머니 한 평생 밥을 같이 먹고살았는데 어찌 남이냐 남자에 침 묻혀가며 점하나 애써 지우신다. 남이 다시 님이되어 오시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