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시간 메마른 시간 / 이 효 화분에 메마른 나무는 더 이상 새싹을 튀지 못한다 메리스로 인한 메마른 시간들 장마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다. 마음속 메마른 세월들 더 이상 그리움 꽃피우지 못한다 세상이 절망의 유리벽을 쌓을 때 시멘트 틈을 뚫고 생명이 올라온다 노란 민들레 씨앗 파란 하늘로 기어이 올라가 흰 구름 속에서 발아한다. 희망의 씨앗이여! 피어나라 쓰러지는 절망의 생명들이여! 힘을 내라! 구름위에 핀 노란 꽂을 보라 문학이야기/자작시 2020.06.21
겸손히 (자작 시) 겸손히 / 이 효 산이 내게 길을 내어준다 길가에 풀꽃 심장에 담아 소복이 내어준다. 잔잔한 나뭇잎들 하늘에 씻어 푸르게 내어준다. 너는 누군가에게 길을 내어준 적 있는가? 욕심 없이 가는 길 풀꽃으로 내어준 적 있는가? 등을 밟아도 마음을 밟아도 산은, 무거운 바위 업고 한 계절 피어 올린다. 계절이 옷을 벗는 날까지 섬세한 흙길 겸손히 내어준다. 문학이야기/자작시 2020.06.18
까치 발 (자작 시) 까치 발 / 이 효 아파트 벽 외줄 사람이 매달려있다. 정오의 태양이 파란색 페인트를 뿜어낸다. 희망일까? 절망일까? 내 몸 안에 시가 한 줄이 매달려 있다. 석양을 바라보는 파도는 넘칠까? 부서질까? 뾰족한 연필 위 까치 발로 선다. 엄지발가락에 희망과 절망이 아찔하다. 문학이야기/자작시 2020.06.09
돌짝밭 (자작 시) 돌짝밭 / 이 효 돌짝밭이 울었다 씨앗을 품었지만 세상 밖으로 나가기에는 머리를 짓누르는 돌이 무겁다. 흑수저는 울었다 꿈을 품었지만 세상 밖으로 나가기에는 삶을 짖누르는 돈이 무겁다. 내게 물을 주는 자 누구인가? 사람들이 절망을 말할 때 희망을 말하는자 모두가 끝을 말할 때 시작을 말하는 자 입안 한가득 붉은 고추장을 찍은 쌈이 파랗게 피어난다. 문학이야기/자작시 2020.06.07
구름 ( 자작 시 ) 구름 / 이 효 하늘은 푸른 은막 구름은 춤추는 무희 뻐꾸기 소리 장단 맞춰 북쪽 고향으로 흐른다 뒤늦게 핀 철쭉꽃 나도 함께 가련다 멀리서 들리는 바람 소리 구름 위로 철쭉 꽃 들어 올린다 붉은빛으로 물든 하늘 새색시 연분홍 치맛자락 서쪽 하늘에 펄럭인다 꿈이라도 좋다 한 번만이라도 구름 따라 고은 치맛자락 입고 하늘에서 돌아봤으면 좋겠다 오늘도 하늘을 올려다본다 뻐꾸기 소리 장단 맞춰 구름 따라 고향 가는 꿈을 꾼다. *살아생전에 북쪽 고향을 그리워 하셨던 아버님 생각이 나네요. 문학이야기/자작시 2020.06.06
횡성호 (자작시) 횡성호 / 이 효 어젯밤 내린 비에 호수가 울고 있다. 멀리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에 호수는 눈물 거둔다 배시시 웃는 넓은 얼굴로 타지에서 오신 님에게 미소 짓는다. 호수는 나무들을 받아들여 옥색으로 물든다. 정녕 울어야 할 사람은 난데 세월에 쓰러진 소나무가 먼저 물에 들어간다. 울음을 참었더니 내 안에 깊은 호수 하나 생겼다 오늘 너처럼 누군가에게 호수를 내어준다. 문학이야기/자작시 2020.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