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겸손히 (자작 시)

푸른 언덕 2020. 6. 18. 12:40

겸손히 / 이 효

산이 내게 길을 내어준다
길가에 풀꽃 심장에 담아
소복이 내어준다.
잔잔한 나뭇잎들
하늘에 씻어 푸르게 내어준다.

너는 누군가에게 길을
내어준 적 있는가?
욕심 없이 가는 길
풀꽃으로 내어준 적 있는가?

등을 밟아도
마음을 밟아도
산은, 무거운 바위 업고
한 계절 피어 올린다.

계절이 옷을 벗는 날까지
섬세한 흙길 겸손히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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