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님이되어 오시는 날(자작 시)

푸른 언덕 2020. 7. 20. 11:09

님이되어 오시는 날

할머니 소원은 소학교 졸업하고
중학교 들어가는 것이었다.
전쟁과 찢어진 가난은
할머니 꿈도 말려버렸다.

책상 위에 덩그런한 연필 한 자루
할머니는 이름 석자 삐뚤빼뚤 쓰신다
일찍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밤마다 찬 바람 소리로 오신다.

할머니, 님자 한 번 배워보실래요.
요즘 아이들이 점하나 붙이면 남이래요.
버럭 화를 내시는 할머니
한 평생 밥을 같이 먹고살았는데
어찌 남이냐
남자에  침 묻혀가며 점하나 애써 지우신다.

남이 다시 님이되어 오시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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