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경숙이 (자작 시)

푸른 언덕 2020. 7. 3. 05:54


경숙이 / 이 효

경춘선 숲길 끝에
하얀 대문이 있는 집
텃밭에 감자랑 고구마랑
토마토가 달처럼 웃는다
텃밭 둘레에는
어린 코스모스 자란다
이년아!
먹지도 못할 코스모스
왜 심어 놓았니?
달맞이꽃 닮은 친구는
마을 사람 보란다

애호박, 상추 따놓았으니
호박 부침개 먹고 가란다
경숙이표 계절 밥상
한 상 받아 보란다
이년아!
너나 많이 먹어라
친구가 설거지통에
손을 담그는 것이 싫어
하얀 대문을 나온다

경춘선 숲길에는
더 이상 기차가 달리지 않는다
그녀는 내 마음에 속에
터널 하나 숭숭 뚫어 놓았다
한 여름이 곱게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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