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씨앗 값 (자작 시)

푸른 언덕 2020. 7. 12. 10:34

씨앗 값 / 이 효

돌짝밭에 심은 어린 배추
비 맞고 한 뼘이나 자랐네
뽑아서 삶아 나물 무칠까?
아니 된장 풀어 국 끓일까?

돌짝밭 뚫고 올라온 푸른 잎들
어찌 입안에 넣어 씹을까
손으로 만져보길 수십 번
망설이다 눈에만 넣었다

새벽부터 인사 나누는데
모가지가 전부 잘려나갔다
어머니 밤사이 도둑 들었소
고라니 짓이다

씨앗 값 안 나온다
심지 말라던 어머님 말씀
돌짝밭 갈고, 물 주고
고리니가 한순간 꿈을 삼켰다

대면한 적 없는 고라니
미워할까? 말까?
마음에 불이 난다
파란 하늘이 내게 묻는다

너는 누군가에게 씨앗 값
되어본 적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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