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2022/02 21

고래가 일어서다 / 김은수​

그림 / 조근영 ​ ​ ​ ​ 고래가 일어서다 / 김은수 ​ ​ ​ 일상이 싱거워졌다. ​ ​ 바람 부는 날 바다는 고래가 된다 태풍이 불면 힘차게 일어서는 고래 ​ ​ 수평선 넘어 잊었던 기억 등에 지고 성큼 다가서는 맷집에 모래사장 오줌을 지리고 있다 ​ ​ 고래가 날 세워 호통친다 바람을 맞잡고 일어서는 거품둘 헤진 옷깃 깊숙이 젖어든다 ​ ​ 순간 짠맛에 길들여진 고래 뱃속에서 일상이 속속 숨죽이며 벌떡 일어섰다. ​ ​ ​ ​ 시집 / 인사동 시인들 (14호) ​ ​ ​ ​ ​

바다의 오후 / 이 생 진

그림 / 이 형 미 ​ ​ ​ ​ 바다의 오후 / 이 생 진 ​ ​ ​ ​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 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 ​ ​ ​ 시집 / 그리운 바다 성산포​ ​ ​ ​ ​ ​ ​

괜찮다 새여 / 양 광 모

그림 / 안 호 범 ​ ​ ​ ​ ​ 괜찮다 새여 / 양 광 모 ​ ​ ​ 새우깡 하나 차지하겠다고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에서 자월도까지 쫒아 날아오던 갈매기 한 마리와 눈이 마주쳤는데 어쩐지 못 볼 것을 본 듯한 마음에 먼저 눈길을 피하고 말았다 필경 저 새도 땅에 내려앉는 것이 부끄러워 발목이 붉어졌을 것이다 밤이면 자줏빛 달을 부리에 물고 파랑 같은 울음을 울겠다마는 괜찮다 새여,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먼저 물 위에 떠있는 법을 배워야 한다 ​ ​ ​ ​ 양광모 시집 / 가끔 흔들렸지만 늘 붉었다 ​ ​ ​ ​ ​ 그림 / 김 종 정

풍경의 해부 / 조 용 미

그림 / 김 세 환 ​ ​ ​ ​ ​ 풍경의 해부 / 조 용 미 ​ ​ ​ ​ 저렇게 많은 풍경이 너를 거쳤다 저렇게 많은 풍경의 독이 네 몸에 중금속처럼 쌓여 있다 올리브나무 사이 강렬한 태앙은 언제나 너의 것, 너는 올리브나무 언덕을 지나갔다 양귀비들은 그 아래 붉게 흐드러져 있다 바다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 알시옹처럼 너는 운명을 다스리는 힘을 가졌다 이곳의 햇빛은 죄악을 부추긴다 나는 비로서 알게 되었다 이 불가해한 세계가 바로 너라는 것을 ​ ​ ​ 조용미 시집 / 기억의 해성 ​ ​ ​ ​ ​

해마다 봄이 되면 / 조병화

그림 / 안호범 ​ ​ ​ ​ ​ 해마다 봄이 되면 / 조병화 ​ ​ ​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쉬임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뚝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 ​ ​ ​ ​ 시집 /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 *..

​사랑을 위해 사랑하라 / 비베카난다 Vivekanands

그림 / 이정하 ​ ​ ​ ​ 사랑을 위해 사랑하라 / 비베카난다 Vivekanands ​ ​ ​ 모든 사람은 팽창한다 모든 이기주의는 수축한다 사랑은 삶의 유일한 방법이므로 ​ 사랑하는 사람은 살아가고 이기적인 사람은 죽어가고 있다 ​ 그러므로 사랑을 위해 사랑하라 그것이 삶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숨쉬며 사는 것처럼 ​ ​ ​ 비베카난다 Vivekananda (1863~1902년,인도의 사회개혁 지도자) ​ ​ 해설) 숨쉬고 사는 것처럼 사랑하는 것이 삶의 방법이 된다면 이 세상에 저주와 마음은 없으리 ​ ​ ​ ​ ​ 김율도 역음 / 가끔은 위로 받고 싶다 ​ ​ ​ ​ ​ ​

홀로 죽기 / 문정희

그림 / 김지향 ​ ​ ​ ​ 홀로 죽기 / 문정희 ​ ​ ​ 골목길을 걷다 그만 흙탕물에 빠졌다 어차피 산뜻하게 건너기는 틀렸다 한참을 허우적이다 아예 첨벙첨범 온몸에 진흙을 묻히었다 ​ 문득 생이 환한 들판이로다 진흙 없이는 꽃도 없으니 한번 뒹구는 일 가상하도다 ​ 분명한 것은 탄탄대로로부터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것이다 ​ 이제 목표는 홀로 서기가 아니다 ​ 홀로 죽기! 입에 꺼내 발음하고 나니 이상한 힘이 몰려온다 ​ 굴욕과 인내로 모은 훈장과 졸업장들 살 속에 남은 사랑의 흉터들 이제는 아니오 아니오 아니오 새벽닭이 울건 말건 모두 버리노니 ​ 진흙 냄새 사방에 향기로운 털끝마다 햇살이 물결친다 ​ ​ ​ 문정희 시집 / 나는 문이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