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고래가 일어서다 / 김은수​

푸른 언덕 2022. 2. 18. 06:05

그림 / 조근영

 

고래가 일어서다 / 김은수

일상이 싱거워졌다.

바람 부는 날

바다는 고래가 된다

태풍이 불면 힘차게 일어서는 고래

수평선 넘어 잊었던 기억 등에 지고

성큼 다가서는 맷집에

모래사장 오줌을 지리고 있다

고래가 날 세워 호통친다

바람을 맞잡고 일어서는 거품둘

헤진 옷깃 깊숙이 젖어든다

순간

짠맛에 길들여진 고래 뱃속에서

일상이 속속 숨죽이며 벌떡 일어섰다.

 

시집 / 인사동 시인들 (14호)

 

'문학이야기 > 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명보험 / 김기택  (0) 2022.02.19
겨울 숲의 은유 / 나호열  (0) 2022.02.19
바다의 오후 / 이 생 진  (0) 2022.02.17
괜찮다 새여 / 양 광 모  (0) 2022.02.16
풍경의 해부 / 조 용 미  (0) 2022.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