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966

가을 기도 / 하이네

가을 기도 / 하이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쓸쓸함으로 그려내는 가을이 아닌 아름다움으로 그려내는 한 폭의 수채화이게 하소서 이 가을이 종일토록 내 마음 눈 시린 하늘 저 멀리 가벼운 새털구름 한 자락 고이 걸어두는 아름다운 가을이게 하소서 바람에 살랑이는 코스모스 향기 따라 가을을 실어옴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의 흐느낌속에서도 이 가을이 내게 쓸쓸함이지 않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가을하늘 뭉게구름 피어오르며 청명한 물길 따라 흐를 때 나 혼자 저 높고 푸른 하늘을 올려다봄에 이 가을이 더 이상 외로움을 그려 내는 가을이지 않게 하소서 단풍나무 불붙어 몸살나는 그리움으로 세월이 흐를수록 마음도 깊어지는 내 고운 님을 향한 나만의 곱고 고운 그리움이게 하소서

너무 많은

백남준 작품 (원주 뮤지엄 산) 너무 많은 / 나 호 열 너무 많은 것을 보지 마세요 안과 의사가 말했다 너무 많은 것을 들으려 하지 마세요 이비인후과 의사가 말했다 병든 몸을 씻으려 강가에 와서 눈물을 쏟았다 먼지가 돼버린 신기루가 꽃씨처럼 휘날렸다 귀에서 몇 필이나 되는지 목쉰 바람만 흘러나왔다 사막은 너무 많은 나 휘발된 눈물과 호명되지 않은 이름의 발효 지금의 나는 오래전에 떠나왔던 초원을 기억하는 단봉낙타

아버지의 바다

​ ​ 아버지의 바다 / (권오훈:아동문학가) ​ 아버지가 바다에 일 나간 밤 잠자리에 누우면 천정은 온통 바닷물결로 출렁거리고 ​ 뱃머리에 부딪치는 물소리, 물소리는 내 베갯머리에 와 찰싹인다. ​ 식구들의 무게를 지고 바닷일을 하시는 아버지의 어깨에는 찬바람, 파도 소리 쏴! 쏴! ​ 물이랑에서 힘겹게 건져 올리는 그물에는 퍼덕, 퍼덕거리는 은빛 무게들. ​ 아버지가 일 나간 밤에는 내 방 안은 물결이 일렁이는 아버지의 바다가 된다. ...................................................................... ​ 권오훈 1937년 강원 강릉에서 태어남 1957년 고드랫돌 넘기는 할아버지 (동시 당선) 저서 동시집: 시집

참깨를 털면서

김준태 시인 1948년 전라남도 해남 출생 조선대학교 독어 독문과 학사 1969년 전남 매일 신춘문예 등단 이 시는 참깨를 털면서 딴 생각을 하고 있는 시인 자아의 내면이 보인다. 참깨를 털듯 털어버리고 싶은 욕망 참깨 털기는 억눌린 자들이 품은 불온한 꿈과 한탄의 질퍽한 유혹이 담겨있다. 그러나 할머니가 "아가"라고 부르면서 참깨의 모가지까지 털어서는 안된다는 할머니의 꾸중 어린 시선이 담겨있다.

너의 하늘을 보아

​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 ​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피워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 가장 깊은 곳에 가닿는 ​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 시집 ​ 아침 산책길에서 만난 하늘을 보아요. 너무 아름다워서 걸음을 멈추었어요. 맑은 하늘을 보니 문득, 박노해 시인의 시가 생각났어요. ​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참 많이 마음에 위로를 받는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