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설날 윤극영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들이고새로 사 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우리 언니 저고리 노랑 저고리우리 동생 저고리 색동 저고리아버지와 어머니 호사하시고우리들의 절받기 좋아하셔요.우리집 뒤뜰에는 널을 놓고서상 .. 문학이야기/명시 2020.02.12
밥 밥 정영주 찬바람 분다. 다람쥐가 밤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식사를 한다. 허리를 곧추 세우고 작은 두 손으로 받쳐 든 알밤을 빙글빙글 돌려가며 껍질을 벗긴다. 어찌나 정성스럽게 벗기는지 이빨 자국 하나 없이 노란 속살이 나온다. 연신 사방을 두리번 거리며 오독오독 깨물어 먹는다. .. 문학이야기/명시 2020.02.11
중심의 괴로움 중심의 괴로움 김지하 봄에 가만 보니 꽃대가 흔들린다 흙 밑으로부터 밀고 올라오던 치열한 중심의 힘 꽃피어 퍼지려 사방으로 흩어지려 괴롭다 흔들린다 나도 흔들린다 내일 시골 가 가 비우리라 피우리라 문학이야기/명시 2020.02.10
유리창을 닦으며 유리창을 닦으며 문정희 누군가가 그리운 날은 창을 닦는다 창에는 하늘 아래 가장 눈부신 유리가 끼워 있어 천 도의 불로 꿈을 태우고 만 도의 뜨거움으로 영혼을 살라 만든 유리가 끼워 있어 솔바람보다도 창창하고 종소리보다도 은은한 노래가 떠오른다 온몸으로 받아들이되 자신은 .. 문학이야기/명시 2020.02.10
안개꽃 안개꽃 - 정호승 얼마나 착하게 살았으면 얼마나 깨끗하게 살았으면 죽어서도 그대로 피어 있는가 장미는 시들 때 고개를 꺾고 사람은 죽을 때 입을 벌리는데 너는 사는 것과 죽는 것이 똑같구나 세상의 어머니들 돌아가시면 저 모습으로 우리 헤어져도 저 모습으로 문학이야기/명시 2020.02.09
2월 2월의 시(詩) 오세영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오늘은 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 보아라. 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을 하.. 문학이야기/명시 2020.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