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설날

푸른 언덕 2020. 2. 12. 23:22

 

 설날

                          윤극영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들이고
새로 사 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우리 언니 저고리 노랑 저고리
우리 동생 저고리 색동 저고리
아버지와 어머니 호사하시고
우리들의 절받기 좋아하셔요.

우리집 뒤뜰에는 널을 놓고서
상 들이고 잣 까고 호두 까면서
언니하고 정답게 널을 뛰고
나는 나는 좋아요 참말 좋아요.

무서웠던 아버지 순해지시고
우지 우지 내 동생 울지 않아요.
이 집 저 집 윷놀이 널뛰는 소리
나는 나는 설날이 참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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