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푸른 언덕 2020. 2. 17. 21:58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이 외 수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바람부는 날에는

바람부는 쪽으로 흔들리나니

꽃피는 날이 있다면

어찌 꽃지는 날이 없으랴

온 세상을 뒤집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

달빛을 건지더라

더러는 인생에도 겨울이 찾아와

일기장 가지마다

눈이 내리고

참담한 사랑마저 소식이 두절되더라 

눈이 내리고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침묵으로

세월의 깊은 강을 건너가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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