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과 어머니 / 이효 묵과 어머니 / 이효간병인이 사라진 날 척추가 불안한 어머니 집 딸만 보면 묵을 쑨다 수직 궤도 벗어난 꼬부라진 허리 싱크대에 매달려 추가 된다 끈끈한 묵 나무 주걱으로 세월만큼 휘젓는다 불 줄여라 엄마의 잔소리는 마른 젖 오래 저어라 끈기 있게 살라는 말씀 쫀득하다 어머니 묵 그릇 같은 유언 눈동자에 싸서 집으로 가져온다 풀어보니 검게 탄 일생이 누워 있다 입안에서 엄마 생각이 물컹거린다이효 시집 / 당신의 숨 한 번 문학이야기/자작시 2024.12.25
날개 없는 앵무새 / 이효 날개 없는 앵무새 / 이효 아침마다 지하철을 타는 남자파스만 한 카드를 댄다 앵무새가 낡은 가방을 마중 나온다 행복하세요 띡낡은 등산복이 지나간다행복하세요 띡 김밥 한 줄 든, 검정 비닐봉지 간다행복하세요 띡 허공에 무수하게 뿌려진 마른 말들 도시는 절망을 버릴 시간도 없다 행복은 허공에 썰물로 빠져나가는데날개도 없는 앵무새여! 잠잠하라 지하철 게이트를 지나는 순간 수천 마리의 심장 없는 앵무새 목소리 행복하세요 띡행복하세요 띡 띡행복하세요 띡 띡 띡 이효 시집 / 장미는 고양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4.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