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붕어빵을 굽는 동네

푸른 언덕 2020. 2. 17. 22:10

붕어빵을 굽는 동네

                                                     이화은 


달아오른 철판 위에서 붕어들이


몸부림칠 때쯤 귀가길의 남편들

산란의 따끈한 꿈을 한 봉투

가슴에 품어 안는다

 

아파트 창의 충혈된 불빛이

물풀로 일렁이고

아내들의 둥근 어항 속으로 세차게

꼬리지느러미를 흔들며

밤의 한가운데를 직진하는 숨소리

 

파도소리비명소리도시는,

한여름 서해바다처럼 질척거린다

 

한바탕 아내들의 뜨거운 빵틀 속에서

남편들은 모두

잘 익은 붕어가 되어 또 한 번

꿈결로 숨결로 돌아눕고

 

붕어빵 같은 아이들의 따스한 숨소리가

높다랗게 벽지 위에 걸린다

기념사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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