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다 환했다 처음은 다 환했다 / 김용택 매미가 운다 매미 소리에게 내 마음을 준다 남보라색 붓꽃이 피었다 꽃에게 내 마음을 준다 살구나무에 바람이 분다 바람에게 내 마음을 준다 날아가는 나비에게 가만히 서 있는 나무에게 마음을 주면 나비도 나무도 편해지고 내 마음이 편해진다 흘러가는 저.. 문학이야기/명시 2020.04.04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 김용택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 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문학이야기/명시 2020.04.02
비의 사랑 비의 사랑 / 문정희 몸속의 뼈를 뽑아내고 싶다 물이고 싶다 물보다 더 부드러운 향기로 그만 스미고 싶다 당신의 어둠의 뿌리 가시의 끝의 끝까지 적시고 싶다 그대 잠속에 안겨 지상의 것들을 말갛게 씻어내고 싶다 눈 틔우고 싶다 문학이야기/명시 2020.04.01
사랑 한다는 것 사랑 한다는 것 / 안도현 길가에 민들레 한송이 피어나면 꽃잎으로 온 하늘을 다 받치고 살듯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오직 한 사람을 사무치게 사랑하는 것은 이 세상 전체를 비로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차고 맑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고 우리가 서로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은 그대가 나.. 문학이야기/명시 2020.03.31
내가 너를 내가 너를 / 나태주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문학이야기/명시 2020.03.30
너의 춤을 추어라 너의 춤을 추어라 / 박노해 언땅 아래서 씨앗의 소근거림 위대한 고요를 깨우는 새봄의 나직한 장단이여 풀꽃을 문 종달새가 3월 하늘로 솟구쳐 날듯 물오른 가지들이 새 바람의 춤을 추듯 타고난 자기 장단으로 너의 춤을 추어라 나만의 리듬에 맞춰 너의 길을 걸어라 언땅 아래서 씨앗.. 문학이야기/명시 2020.03.26
나를 씻긴다 나를 씻긴다 / 박노해 어두움으로 눈을 씻네 현란한 빛에 눈 멀어버린 별빛 같은 눈동자를 찾아 겨울 바람에 얼굴을 씻네 불안감에 고개를 파묻은 꽃눈 같은 얼굴을 찾아 침묵으로 마음을 씻네 소란한 말 속에 창백해진 맑고 뜨거운 첫마음을 찾아 문학이야기/명시 2020.03.23
뒤편 뒤편 / 천양희 성당의 종소리 끝없이 울려퍼진다 저 소리 뒤편에는 무수한 기도문이 박혀 있을 것이다 백화점 마네킹 앞모습이 화려하다 저 모습 뒤편에는 무수한 시침이 꽂혀 있을 것이다 뒤편이 없다면 생의 곡선도 없을 것이다 문학이야기/명시 2020.03.21
그리운 등불하나 그리운 등불하나 이해인 내가슴 깊은 곳에 그리운 등불 하나 켜 놓겠습니다. 사랑하는 그대 언제든지 내가 그립걸랑 그 등불 향해 오십시오. 오늘처럼 하늘빛 따라 슬픔이 몰려오는 날 그대 내게로 오십시오. 나 그대 위해 기쁨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삶에 지쳐 어깨가 무겁게 느껴지는 .. 문학이야기/명시 2020.03.13
5월의 노래 5월의 노래 황금찬 모란이 피었다기에 내 추억을 찾아 고궁에 왔건만 꽃은 이미 간 곳이 없고 빈 가지에 눈 먼 옛날이 잠들어 있다 꿈 속의 고향을 벗하고 앉으면 정든 가람가에 저녁 노을이 눈을 뜬다 아름드리 포플러가 5월 하늘의 구름을 쓸고 마을의 전설은 언제나 고깃배처럼 강에 흘.. 문학이야기/명시 2020.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