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5월의 노래

푸른 언덕 2020. 3. 11. 21:37


5월의 노래 


                             황금찬 

 

 모란이 피었다기에
내 추억을 찾아
고궁에 왔건만
꽃은 이미 간 곳이 없고
빈 가지에
눈 먼 옛날이 잠들어 있다

꿈 속의 고향을
벗하고 앉으면
정든 가람가에
저녁 노을이 눈을 뜬다

아름드리 포플러가
5월 하늘의 구름을 쓸고
마을의 전설은
언제나 고깃배처럼
강에 흘러갔다

이광수의  '유정'이며
셰익스피어의  '햄릿'
입센의  '인형의 집'
그리고 톨스토이의  '부활'을 읽던
5월이 왔었지

보랏빛 흰 색으로
장다리가 피고
호수에 구름이 내리듯
나비가 떼지어 날았다

추억은 생각 속의 보석
이제 작약이 꽃피어 난다
녹음 위에 5월이 머물러 있다
5월이 가도 추억은
긴 노래 속에 남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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