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그리운 등불하나

푸른 언덕 2020. 3. 13. 15:05


                   그리운 등불하나


                                                            이해인


내가슴 깊은 곳에 그리운 등불 하나 켜 놓겠습니다.

사랑하는 그대 언제든지 내가 그립걸랑 그 등불 향해 오십시오.

오늘처럼 하늘빛 따라 슬픔이 몰려오는 날 그대 내게로 오십시오.

나 그대 위해 기쁨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삶에 지쳐 어깨가 무겁게 느껴지는 날 그대 내게로 오십시오.

나 그대 위해 빈 의자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가슴이 허전해 함께 할 친구가 필요한 날 그대 내게로 오십시오.

나 그대의 좋은 친구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그대 내게 오실 땐 푸르른 하늘 빛으로 오십시오.

고운 향내 전하는 바람으로 오십시오.

그리고, 그대 내게 오시기 전 갈색 그리운 낙엽으로 먼저 오십시오.

나 오늘도 그대 향한 그리운 등불 하나 켜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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