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966

오늘

오늘 / 김선우 ​ 여기는 경유지가 아니다. ​ 여기를 저 높은 문을 위해 인내해야 하는 경유지라고 말하는 어른들이 있다면 침묵할 것을 요청한다. ​ 나는 내 책상 위에 최선을 다해 오늘의 태양을 그린다. ​ 여기는 내일로 가는 경유지가 아니다. ​ 나는 날마다 꽃핀다. ​ 내 말을 완전히 이해하는 나의 태양과 함께. ​ 다른 사람이 보기에 덜 핀 꽃이어도 나는 여기에서 완전하다.

너의 하늘을 보아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피워 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가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장미꽃

장미꽃 / 권오삼 화병에 꽂아 두었던 빨간 장미꽃 한 송이 자주빛으로 쪼그라진 채 말라죽었다 쓰레기통에 버리려다 무심코 꽃송이에 코를 대어 봤더니 아직도 은은한 향내가 났다 나는 깜짝 놀라 도로 꽃병에 꽂았다 비록 말라죽기는 했지만 향기만은 아직 살아 있기에 죽으면서도 향기만은 빼앗길 수 없다는 듯 품속에 꼬옥 품고 있는 장미꽃 꼭 엄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