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등꽃, 등꽃

푸른 언덕 2020. 5. 15. 13:19

 

등꽃, 등꽃 / 안 도 현


등꽃이 피었다

자국이다, 저것은

허공을 밟고 이 세상을 성큼성큼 건너가던 이가

우리집 대문 앞에 이르렀을 때

내 사는 꼴 들여다보고는 하도 우스워

혼자 키득거리다가 그만

나한테 들키는 순간이었는데,

급한 김에 발자국만 여러개 등나무에 걸어놓고

이 세상을 빠져나간, 그 흔적임이 분명하다

얼마나 가벼워져야 나는 등꽃, 등꽃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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