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 한필 이 시에서 가장 마음에 와서 닿는 구절은 모시 한 필 속에는 서천의 나지막한 순한 하늘이 숨어 있고 이다. 참 멋진 표현이다. 문학이야기/하루 시 필사 2020.02.26
또 기다리는 편지 또 기다리는 편지 정 호 승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저문 하늘에 별 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눈으로 내리.. 문학이야기/명시 2020.02.25
마스크 마스크 길을 걸어도 마스크만 보인다. 식당을 가도 마스크만 보인다. 마트를 가도 마스크만 보인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앞집 아줌마랑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나면, 마스크를 쓰고 말은 하지 않아도 눈이 먼저 인사를 한다 아래층에 내려가 요구르트 아줌마를 만나도 구지 말을 하지 않아.. 문학이야기/감사 일기 2020.02.25
그 사람 나도 나무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고 싶다. 그리고 나무의 그림자가 되고 꽃으로 피어나고 싶다 광화문도 아니고, 부석사 앞마당도 아니고 당신 마음속에 꽃으로 피어나고 싶다 문학이야기/하루 시 필사 2020.02.25
백마디의 말보다 한 송이 장미가 백마디의 말보다 한 송이 장미가 / 정호승 한번은 신사역에서 지하철을 타려고 가다가 어떤 젊은 남녀를 보았습니다. 여학생이 개찰구 표를 넣은 다음 남학생을 쳐다보면서 계단을 내려가려고 하는데, 남학생이 "선영아!" 하고 불렀어요. 그러자 여학생은 "서로 인사해놓고 왜 불러?" 하고.. 문학이야기/시창작교실 2020.02.25
꽃잎 하나 꽃잎 하나 차장호 석류 꽃잎 하나 진다 말없이 지는 그때 빗물에 비쳐서 떨어지고 내 눈에 비쳐서도 떨어진다. 처마 밑에 들어온 길 길 앞을 막고 선 벽 집 안에 엎드린 강아지도 보았다 사랑보다 더 뜨겁게 적막보다 더 고요히 몸에서 내리는 꽃잎 하나 하나의 꽃잎은 얼마나 환하기에 어.. 문학이야기/명시 2020.02.25
탱자 꽃잎보다도 얇은 탱자 꽃잎보다도 얇은 나희덕 나는 어제보다 얇아졌다 바람이 와서 자꾸만 살을 저며 간다 누구를 벨 수도 없는 칼날이 하루하루 자라고 있다 칼날을 베고 잠들던 날 탱자꽃 피어 있던 고향 집이 꿈에 보였다 내가 칼날을 키우는 동안 탱자나무는 가시들을 무성하게 키웠다 그러나 꽃도 .. 문학이야기/명시 2020.02.24
어느 늦은 저녁 내 어릴적 할아버지 밥은 고봉밥 이였다. 할아버지는 하얀 쌀밥과 함께 연기 속으로 사라지셨다. 고봉밥만 보면 할아버지 생각이 난다. 문학이야기/하루 시 필사 2020.02.24
호떡 던지는 소리 오늘 모처럼 날씨가 좋아서 남편과 함께 백봉산에 올랐다. 올라갈 때 너무 씩씩하게 올라가자 남편이 말했다. "초반부터 힘 빼지 말아라" 등산은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남보다 먼저 가려고 하지도 말고, 자신의 보폭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똑같이 가라는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늘어논.. 문학이야기/감사 일기 2020.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