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디의 말보다 한 송이 장미가 백마디의 말보다 한 송이 장미가 / 정호승 한번은 신사역에서 지하철을 타려고 가다가 어떤 젊은 남녀를 보았습니다. 여학생이 개찰구 표를 넣은 다음 남학생을 쳐다보면서 계단을 내려가려고 하는데, 남학생이 "선영아!" 하고 불렀어요. 그러자 여학생은 "서로 인사해놓고 왜 불러?" 하고.. 문학이야기/시창작교실 2020.02.25
꽃잎 하나 꽃잎 하나 차장호 석류 꽃잎 하나 진다 말없이 지는 그때 빗물에 비쳐서 떨어지고 내 눈에 비쳐서도 떨어진다. 처마 밑에 들어온 길 길 앞을 막고 선 벽 집 안에 엎드린 강아지도 보았다 사랑보다 더 뜨겁게 적막보다 더 고요히 몸에서 내리는 꽃잎 하나 하나의 꽃잎은 얼마나 환하기에 어.. 문학이야기/명시 2020.02.25
탱자 꽃잎보다도 얇은 탱자 꽃잎보다도 얇은 나희덕 나는 어제보다 얇아졌다 바람이 와서 자꾸만 살을 저며 간다 누구를 벨 수도 없는 칼날이 하루하루 자라고 있다 칼날을 베고 잠들던 날 탱자꽃 피어 있던 고향 집이 꿈에 보였다 내가 칼날을 키우는 동안 탱자나무는 가시들을 무성하게 키웠다 그러나 꽃도 .. 문학이야기/명시 2020.02.24
어느 늦은 저녁 내 어릴적 할아버지 밥은 고봉밥 이였다. 할아버지는 하얀 쌀밥과 함께 연기 속으로 사라지셨다. 고봉밥만 보면 할아버지 생각이 난다. 문학이야기/하루 시 필사 2020.02.24
호떡 던지는 소리 오늘 모처럼 날씨가 좋아서 남편과 함께 백봉산에 올랐다. 올라갈 때 너무 씩씩하게 올라가자 남편이 말했다. "초반부터 힘 빼지 말아라" 등산은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남보다 먼저 가려고 하지도 말고, 자신의 보폭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똑같이 가라는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늘어논.. 문학이야기/감사 일기 2020.02.23
감사했던 평범한 일상들 지하철을 아주 오랜만에 탔다. 코로나 19 전염병이 급속하게 퍼지면서 그동안 외출을 자제했다. 꼭 다녀와야 할 곳이 있어서 외출을 했다. 지하철을 타러 가는 심정이 매우 복잡했다. "마스크는 꼭 해야지, 장갑은 잘 끼었나, 지하철 손잡이는 잡지 말자, 기침하는 사람 옆에 앉지 말아야지.. 문학이야기/감사 일기 2020.02.23
강이 흐르리 강이 흐르리 기형도 이승은 언제나 쓰라린 겨울이어라 바람에 베이는 살갗 홀로 걷는 꿈이어라 다가오는 겨울에는 아름답다 그대 기다린 뜻도 우리가 전생으로 돌아가는 마음 하나로 아무도 없는 한적한 길 눈을 맞으며 걸으리니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마다 겨울이 끝나는 봄녘 햇빛이 .. 문학이야기/명시 2020.02.22
공터의 마음 내 마음의 공터에는 무엇이 왔다가 갈까? 때로는 못난 시 한 줄도 왔다가고 때로는 많은 풍경들도 왔다 간다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면 사람들도 왔다 간다 때로는 공터에 혼자 울고 있는 나를 발견 하기도 한다 오늘은 그녀의 손을 잡고 공터에 나가 고무줄놀이를 해야겠다. 문학이야기/하루 시 필사 2020.02.22
시인이란 ? 김수영을 찾아서 여기 시인이 있다. 시인이란 자고로 진(眞)과 선(善)과 미(美)가 갖추어진 나라에 대해 꿈꾸는 사람이지 않으면 안 된다. 시인은 그런 멋진 나라가 어디 멀리 다른 데가 아니라 바로 내가 발 딛고 있는 여기 이 땅에 펼쳐지기를 바란다. 그 점에서 시인은 근원적으로 혁명.. 문학이야기/시창작교실 2020.02.21